첫 딜의 계절 - EP21. 다음 투자를 위한 기록
파
파란나라
2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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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청산이 끝난 뒤 김 부장은 팀을 회의실에 모았다. 창밖으로는 오래전 처음 서준이 현장을 찾았던 계절과는 다른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바람은 더 서늘했고,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는 햇빛의 각도도 그때와는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초기 사업계획서와 최종 결과보고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두 문서는 같은 사업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숫자와 문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사업계획서는 확신에 찬 문장으로 가득했고, 결과보고서는 조심스러운 단서와 괄호로 채워져 있었다. 서준은 그 두 문서를 나란히 놓고 읽으며, 처음의 확신과 마지막의 신중함 사이에 자신이 걸어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의 종이 질감마저 다르게 느껴졌다. 하나는 아직 손때가 묻지 않아 빳빳했고, 다른 하나는 여러 번 접히고 펼쳐진 흔적으로 귀퉁이가 둥글게 닳아 있었다.
김 부장 "이번 사업은 끝났지만 우리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투자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록합시다."
이 대리 "저도 이 사업만큼 오래 붙들고 있었던 딜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김 부장 "다들 그렇게 느낄 거야. 첫 딜이든 아니든, 끝까지 살아남은 사업은 늘 오래 기억에 남으니까."
팀은 가정별 오차를 정리했다. 인허가에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렸고, 공사비는 상승했다. 임차인 계약은 조건이 바뀌었고, 금융비용은 일정 지연 때문에 늘었다. 최초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위험과 실제로 사업을 흔들었던 위험도 비교했다. 서준은 두 목록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며, 처음의 판단이 언제나 정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받아들였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두 개의 목록을 나란히 적어보았다. 왼쪽에는 처음 우려했던 위험들, 오른쪽에는 실제로 사업을 흔들었던 위험들. 겹치는 항목도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항목도 적지 않았다. 마커 냄새가 옅게 회의실을 채웠고, 창밖에서는 오후의 햇살이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서준 "그럼 처음부터 모든 위험을 다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 걸까요?"
김 부장 "불가능해. 그래서 우리가 하는 건 모든 위험을 맞히는 게 아니라, 위험이 생겼을 때 빨리 알아채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야. 오늘 이 기록도 그 구조의 일부야."
이 대리 "다음부터는 임차인 의향서와 확정계약을 심의자료에서 명확히 구분해야겠습니다."
이 대리 "자금 집행률과 공정률을 초기에부터 연동하고, 특수관계인 거래도 별도 표로 관리하겠습니다."
서준은 그 목록을 들으며, 지난 몇 년간 자신이 직접 겪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야적장에서 자재를 세던 손끝의 감각, 계좌번호를 하나하나 짚어가던 이 대리의 커서, 긴급 투자위원회에서 오갔던 팽팽한 침묵까지, 그 하나하나가 지금 이 몇 개의 문장으로 압축되어 있었다.
서준 "이 대리님, 그때 야적장에서 자재를 세던 일도 결국 이 목록 어딘가에 들어가는 거네요."
이 대리 "그렇지. 그날은 그냥 귀찮은 확인 작업처럼 느껴졌겠지만, 지금 보면 우리가 왜 그렇게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야."
서준 "그때는 이 대리님도 저랑 비슷한 표정으로 서류를 들여다보고 계셨던 것 같은데요."
이 대리 "그랬나. 나도 그때는 확신이 없었어. 다만 확신이 없을 때일수록 더 꼼꼼히 봐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지."
서준은 AI로 초기 자료와 최종 결과를 비교했다. 문서마다 달라진 숫자와 일정, 반복적으로 발생한 확인사항을 추려 다음 검토에 활용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김 부장은 그 목록을 한참 바라봤다. 손끝으로 항목을 하나씩 짚어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록에는 임차인 의향서 구분, 자금 집행률과 공정률 연동, 특수관계인 거래 관리처럼 이번 사업에서 실제로 겪었던 문제들이 하나하나 짧은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김 부장 "좋아. AI는 자료를 비교하고 기억을 꺼내는 데 쓰자. 하지만 다음 판단은 우리가 해야 해."
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입사 첫 주에 들었던 한 통의 전화를 떠올렸다. 그때는 15퍼센트라는 숫자만 크게 보였지만, 이제는 그 숫자 뒤에 얼마나 많은 확인과 판단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토지 위의 낡은 창고, 현장에서 마주쳤던 빗물 고인 자재 더미, 계열사로 흘러갔던 자금, 회의실에서 오갔던 팽팽한 질문들까지, 모든 순간이 지금 이 체크리스트 한 줄 한 줄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는 문득 입사 첫날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던 자신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 말은 여전히 어느 정도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며칠 뒤 새로운 개발사업 제안서가 도착했다. 서준은 파일을 열었다. 예전 같으면 예상 수익률부터 찾았겠지만, 이번에는 첫 페이지에 질문을 적었다.
서준 "이 사업은 어떤 조건에서 성공하고, 어떤 조건에서 무너지는가?"
김 부장은 그 문장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서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준은, 처음 전화벨이 울리던 아침 김 부장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사실은 이런 수많은 확인과 실패와 조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었음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한 건의 투자는 끝났지만, 서준의 첫 딜은 이제부터 그의 다음 딜들 속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었다. 개발투자는 발굴에서 시작해 회수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무자의 성장은 그 끝에서 다시 시작됐다. 서준은 새 파일의 표지에 사업명을 적어 넣으며, 언젠가 이 파일도 누군가의 체크리스트 한 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창밖으로는 낯익은 그 계절의 바람이 다시 한번 조용하고 나직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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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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