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딜의 계절 - EP6. 계약서에 남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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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나라
1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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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승인 이후 계약 협상이 시작됐다. 투자위원회에서 나온 말들은 이제 계약서의 문장으로 바뀌어야 했다. 인허가가 끝나지 않았거나 토지 이전이 완료되지 않았을 때, 임차인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 자금 집행을 멈출 수 있어야 했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조항 번호가 매겨진 초안이 여러 장 놓여 있었다. 서준은 그 종이 뭉치의 두께를 보고 잠시 놀랐다. 투자위원회에서 나왔던 말은 몇 줄에 불과했는데, 그 몇 줄이 계약서로 옮겨지자 수십 개의 조항으로 불어나 있었다.
회의실에는 시행사 박 대표와 법무 담당자, 투자팀, 대주단 관계자가 앉아 있었다. 같은 조건도 각자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다. 서준은 각자의 발언을 받아적으며, 같은 단어가 이렇게 다른 무게로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박 대표 “인허가 관련 서류가 접수만 돼도 집행 조건으로 인정해 주셔야 합니다. 승인까지 기다리면 일정이 너무 늦어집니다.”
김 부장 “접수와 승인은 다릅니다. 이번 딜에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가 일정인데, 접수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법무 담당자 “그럼 선행조건과 사후조건을 나누겠습니다. 일부 금액은 접수 후 집행하되, 본 집행은 승인 이후로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서준은 선행조건과 사후조건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옆에 앉은 이 대리에게 눈짓으로 물었다. 이 대리가 짧게 메모를 건네주었다. ‘선행조건: 집행 전에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 사후조건: 집행 이후에도 계속 지켜야 하는 것.’ 서준은 그 메모를 자기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는 조금 더 확인하고 싶어 이 대리에게 다시 물었다.
서준 “그럼 사후조건을 어기면 어떻게 됩니까?”
이 대리 “약정 위반이 되는 거야. 그러면 우리가 자금 집행을 멈추거나, 심하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어. 계약서는 그런 상황을 미리 정해두는 문서야.”
박 대표는 계약서 문구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안경을 고쳐 쓰고, 손가락으로 줄을 짚으며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 모습이었다. 자금 집행 중단, 보고의무, 약정 위반, 추가 담보. 투자자의 의지는 계약서에 조항으로 남았다.
박 대표 “조건이 너무 많으면 사업 진행이 어렵습니다.”
김 부장 “조건은 잘될 때를 위한 게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를 위한 겁니다.”
서준은 그 말을 들으며 투자 의사결정이 계약과 약정으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봤다. 회의실에서의 낙관이나 우려는 서류에 기록될 때 비로소 실제 통제장치가 됐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그는 조항들을 다시 한 번 읽어 내려갔다. 문장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우려와 누군가의 기대가 부딪혀 만들어진 결과물처럼 보였다. 그는 계약서 초안을 파일철에 정리해 넣으며, 오늘 회의에서 오간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조항이라는 형태로 남았다는 사실이 새삼 든든하게 느껴졌다. 파일철을 덮으면서 그는 앞으로 이 조항들이 실제로 시험받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생각보다도 그리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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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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