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딜의 계절 - EP7. 돈이 움직이는 날
파
파란나라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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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구조와 대출 약정이 확정되고 첫 자금이 집행되는 날이 왔다. 사무실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서준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지난주 정리한 집행 순서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시행사 사무실에는 아침부터 전화가 이어졌다. 토지 잔금, 인허가 비용, 초기 설계비가 차례로 지급될 예정이었다. 서준의 책상 위에는 이체 승인 절차를 정리한 체크리스트가 놓여 있었다. 밤새 몇 번이나 다시 읽은 흔적으로 종이 모서리가 살짝 접혀 있었다. 서준은 이체 승인 화면이 새로고침될 때마다 마치 실제로 돈이 눈앞을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몇 달 동안 숫자로만 다루던 사업이 처음으로 실제 계좌 이체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며, 검토와 실행 사이에 이렇게 큰 무게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서준 "승인이 났는데도 왜 전액이 한 번에 나가지 않습니까?"
이 대리 "개발사업은 승인 뒤에도 계속 변해. 자금 집행은 신뢰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통제 장치야."
서준은 그 대답이 조금 낯설게 들려 다시 물었다.
서준 "통제 장치라는 게, 돈을 나눠서 준다는 뜻입니까?"
이 대리 "맞아. 한꺼번에 다 주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되돌릴 방법이 없어. 조건이 지켜질 때마다 나눠서 주면, 문제가 생긴 순간 우리도 멈출 수 있어."
서준은 노트에 '신뢰'와 '통제'라는 두 단어를 나란히 적어보았다. 언뜻 상반되는 말처럼 보였지만, 이 대리의 설명을 듣고 나니 오히려 하나의 원리처럼 느껴졌다.
서준 "그럼 이번에 지급되는 금액은 전체의 몇 퍼센트 정도입니까?"
이 대리 "토지 잔금과 인허가 비용에 필요한 만큼만이야. 나머지는 착공, 임차인 계약 같은 다음 조건들이 채워질 때마다 순서대로 나가."
서준 "그럼 오늘 이 화면에서 승인 버튼을 누르는 것도 결국 그 순서 중 하나겠네요."
이 대리 "맞아. 작아 보여도 첫 단추야. 여기서부터 모든 집행 기록이 남기 시작하는 거고."
서준은 이체 승인 화면을 캡처해 자신의 노트에 붙여두었다. 나중에 이 순간을 다시 떠올릴 것 같다는 예감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화면 아래 조그맣게 뜬 승인 시각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첫 집행액은 전체 투자금의 일부였다. 토지 잔금과 인허가 비용에 필요한 금액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조건이 충족될 때마다 나누어 집행하기로 했다. 서준은 그 금액이 적힌 집행 승인서를 다시 한번 눈으로 훑으며, 숫자 하나하나가 앞으로 몇 달간 이어질 약속의 시작이라는 것을 느꼈다. 박 대표는 전액 집행을 기대했던 듯 전화를 걸어왔다.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서준은 옆자리에서 그 통화를 들으며, 숫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박 대표 "김 부장님, 약정까지 끝났는데 왜 나머지 금액은 보류하시는 겁니까?"
김 부장 "약정이 끝났다는 것과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는 건 다릅니다. 다음 집행 조건을 확인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 부장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서준은 그 담담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상대의 서운함을 못 들은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서운함과 원칙을 분리해서 다루고 있는 듯 보였다.
사무실 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지만, 서준의 눈에는 오늘따라 모든 화면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서준은 그날 오후, 실제로 이체가 완료됐다는 문자를 확인하고서야 안도했다. 화면 속 계좌 잔액이 바뀌는 순간을 보며,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만들었던 모든 표와 시나리오가 결국 이 한 번의 클릭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왔다.
며칠 뒤 공사비가 올랐고, 인허가 일정은 예상보다 늦어졌다. 투자팀은 승인 전의 모델이 아니라 현재 조건으로 사업성을 다시 계산했다. 숫자는 다시 달라졌다. 서준은 불과 며칠 사이에 숫자가 또 바뀌는 것을 보며, 투자검토라는 작업에 끝이라는 게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대리 "서준 씨, 오늘 이체 화면 캡처해둔 거 봤어. 좋은 습관이야. 나도 첫 집행 때 그렇게 했거든."
서준 "대리님도 그러셨습니까?"
이 대리 "그럼. 몇 년이 지나도 그 화면은 안 잊혀지더라고. 처음 돈이 실제로 움직이는 걸 본 순간은 다들 그렇게 남는 것 같아."
서준은 투자 실행이 끝이 아니라 운용의 시작이라는 말을 그제야 이해했다. 돈이 움직인 순간부터 모든 숫자에는 시간과 증빙, 책임이 붙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시행사 사무실 쪽 불빛이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을 바라보았다. 저 너머에서도 오늘 나간 돈의 의미를 곱씹고 있을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그는 그날 저녁 수첩에 짧게 적었다. '집행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였다.' 아직 채워야 할 조건들이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이어질 것이었고, 그때마다 오늘처럼 숫자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이었다. 사무실 불을 끄고 나오면서 그는 오늘 하루 동안 오간 이체 금액과 조건들을 다시 한번 손끝으로 짚어보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그는 내일 확인해야 할 항목들을 머릿속으로 되짚었다. 건물 밖으로 나서자 밤바람이 차게 느껴졌고, 그는 오늘 자신이 처음으로 진짜 돈을 움직이는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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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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