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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이렇게도 할수 있군요
17억으로 3년 만에 수천억…‘서울대 투자고수’ 세대교체 [재계톡톡]17억을 3년만에 4천 넘게 불렸는데 그게 다 고유자산.. 도대체 어떻게 투자를 하길래 진짜 신기하네요 ㅎ
개
· 하루 전
천억불 조달 ,,, ㄷ
앤스로픽 내달 나스닥 상장 추진…국내 증시엔 ‘찬물’ 우려또하나의 세기의 상장이군요. 전세계 모든 돈은 AI로 ㅎㅎ
B
· 2일 전
이제 연말이네요
11월이면 슬슬 문 닫으실텐데 올해 많이들 하셨는지,,
이
· 2일 전
첫 딜의 계절 - EP17. 갈림길의 선택
긴급 투자위원회가 열렸다. 평소보다 넓은 회의실에 위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창가 자리부터 순서대로 앉는 낯익은 모습이었지만, 그날따라 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의 두께가 유난히 두꺼웠다. 서준은 인쇄된 자료를 나눠주며, 종이 뭉치의 무게가 곧 지금 이 사업이 놓인 상황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료를 나눠주는 짧은 순간에도 위원들의 표정을 하나씩 살폈다. 몇 달 전 조건부 승인을 내렸던 그 얼굴들이었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김 부장은 세 가지 안을 화면에 띄웠다. 분양가를 조정해 빠르게 회수하는 방안, 추가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유지하는 방안, 대출을 갈아타며 시간을 버는 리파이낸싱 방안이었다. 서준은 화면에 세 개의 화살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며, 지난 몇 년간 하나의 길로만 보였던 이 사업이 이제는 여러 갈림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위원 "각 안의 가장 큰 위험은 무엇입니까?"
서준은 자료를 넘기며 위원들의 질문 하나하나를 받아 적었다. 몇 달 전 조건부 승인을 받아내던 첫 투자위원회의 긴장감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이 대리 "분양가 조정은 수익률이 낮아집니다. 추가 출자는 회수 가능성을 높이지만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리파이낸싱은 시간을 벌지만 금리와 만기 위험이 있습니다."
찬성 위원 "지금이라도 추가 출자를 넣어서 밀어붙이면 목표수익률에 다시 가까워질 수 있지 않습니까?"
반대 위원 "그건 상황이 더 나빠졌을 때 손실만 키우는 결정입니다. 지금은 지키는 게 우선입니다."
회의실 안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손실을 먼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혔다. 서준은 위원들 사이의 시선이 몇 번이나 오가는 것을 지켜보며, 이 결정이 단순한 숫자 비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볼펜 딸깍이는 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가 잠시 회의실을 채웠다가 이내 잦아들었다.
위원 "그럼 가장 안전한 선택은 무엇입니까?"
김 부장 "수익률만 보면 답이 달라집니다. 회수 가능성과 추가 손실을 함께 보면 분양 조건 조정과 최소 추가자금의 혼합안이 현실적입니다."
위원 "그 혼합안이라는 게 결국 양쪽 눈치를 다 보겠다는 뜻 아닙니까?"
김 부장 "눈치를 본다기보다, 한쪽에 모든 걸 걸었을 때의 위험을 나누는 겁니다. 분양 조건을 일부만 조정하면 손실을 줄이고, 최소한의 추가자금으로 완공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서준은 그 설명을 들으며 문득 손을 들어 질문했다.
서준 "혼합안이 가장 안전하다는 건, 다른 두 안보다 확실히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는 뜻입니까?"
김 부장 "아니, 더 나은 결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야. 다만 가장 나쁜 결과가 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안이라는 거지. 그 차이를 구분해야 해."
서준은 그 대답을 들으며 처음으로 회의실 안 위원들의 표정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찬성 쪽 위원도, 반대 쪽 위원도 손에 쥔 볼펜을 가만히 내려놓고 있었다.
위원 "그럼 손실 없이 끝낼 수 있는 안은 없다는 말씀입니까?"
김 부장 "손실이 전혀 없는 안은 지금 상황에서는 없습니다. 다만 손실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가 다를 뿐입니다."
또 다른 위원이 서류를 뒤적이다 조용히 덧붙였다.
위원 "결국 우리가 고르는 건 정답이 아니라 덜 나쁜 답이라는 얘기군요."
김 부장 "그렇게 표현하셔도 틀리지 않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헛기침을 했고, 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서준은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위원들 각자가 자기 나름의 계산을 끝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투자를 검토하던 날, 만장일치로 박수를 치던 순간과는 전혀 다른 공기였다.
위원 "그럼 만약 혼합안조차 안 통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김 부장 "그때는 지금 논의한 세 가지 안 중 다른 하나로 다시 전환할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한 가지 안에만 모든 걸 걸지는 않겠습니다."
위원 "혼합안으로 진행하되, 조건 이행을 매달 보고받는 걸로 하죠."
위원회는 분양 조건을 일부 조정하고, 부족한 자금은 한도를 정해 보충하기로 했다. 추가 자금은 새로운 조건과 보고의무가 충족될 때만 집행하도록 했다.
최고 수익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최악의 결과를 피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을 높이는 선택이었다. 서준은 투자자의 역할이 언제나 가장 좋은 결과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의실을 나서며 그는 그 말을 몇 번이나 속으로 되풀이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그는 위원들의 표정 어디에도 완전한 만족은 없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한 결정이었고, 그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결정처럼 느껴졌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고 긴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그는 처음 이 사업을 검토하던 날 들었던 15퍼센트라는 숫자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새삼스레 실감했다. 그 거리감이 서글프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그동안 걸어온 시간의 길이처럼 느껴졌다. 사무실 자리에 앉아 오늘 결정된 혼합안을 정리하면서, 그는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이 딜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사무실 몇 곳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그 불빛들을 바라보며, 오늘 같은 결정을 앞으로 몇 번은 더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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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파
· 17일 전
첫 딜의 계절 - EP21. 다음 투자를 위한 기록
펀드 청산이 끝난 뒤 김 부장은 팀을 회의실에 모았다. 창밖으로는 오래전 처음 서준이 현장을 찾았던 계절과는 다른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바람은 더 서늘했고,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는 햇빛의 각도도 그때와는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초기 사업계획서와 최종 결과보고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두 문서는 같은 사업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숫자와 문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사업계획서는 확신에 찬 문장으로 가득했고, 결과보고서는 조심스러운 단서와 괄호로 채워져 있었다. 서준은 그 두 문서를 나란히 놓고 읽으며, 처음의 확신과 마지막의 신중함 사이에 자신이 걸어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의 종이 질감마저 다르게 느껴졌다. 하나는 아직 손때가 묻지 않아 빳빳했고, 다른 하나는 여러 번 접히고 펼쳐진 흔적으로 귀퉁이가 둥글게 닳아 있었다.
김 부장 "이번 사업은 끝났지만 우리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투자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록합시다."
이 대리 "저도 이 사업만큼 오래 붙들고 있었던 딜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김 부장 "다들 그렇게 느낄 거야. 첫 딜이든 아니든, 끝까지 살아남은 사업은 늘 오래 기억에 남으니까."
팀은 가정별 오차를 정리했다. 인허가에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렸고, 공사비는 상승했다. 임차인 계약은 조건이 바뀌었고, 금융비용은 일정 지연 때문에 늘었다. 최초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위험과 실제로 사업을 흔들었던 위험도 비교했다. 서준은 두 목록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며, 처음의 판단이 언제나 정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받아들였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두 개의 목록을 나란히 적어보았다. 왼쪽에는 처음 우려했던 위험들, 오른쪽에는 실제로 사업을 흔들었던 위험들. 겹치는 항목도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항목도 적지 않았다. 마커 냄새가 옅게 회의실을 채웠고, 창밖에서는 오후의 햇살이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서준 "그럼 처음부터 모든 위험을 다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 걸까요?"
김 부장 "불가능해. 그래서 우리가 하는 건 모든 위험을 맞히는 게 아니라, 위험이 생겼을 때 빨리 알아채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야. 오늘 이 기록도 그 구조의 일부야."
이 대리 "다음부터는 임차인 의향서와 확정계약을 심의자료에서 명확히 구분해야겠습니다."
이 대리 "자금 집행률과 공정률을 초기에부터 연동하고, 특수관계인 거래도 별도 표로 관리하겠습니다."
서준은 그 목록을 들으며, 지난 몇 년간 자신이 직접 겪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야적장에서 자재를 세던 손끝의 감각, 계좌번호를 하나하나 짚어가던 이 대리의 커서, 긴급 투자위원회에서 오갔던 팽팽한 침묵까지, 그 하나하나가 지금 이 몇 개의 문장으로 압축되어 있었다.
서준 "이 대리님, 그때 야적장에서 자재를 세던 일도 결국 이 목록 어딘가에 들어가는 거네요."
이 대리 "그렇지. 그날은 그냥 귀찮은 확인 작업처럼 느껴졌겠지만, 지금 보면 우리가 왜 그렇게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야."
서준 "그때는 이 대리님도 저랑 비슷한 표정으로 서류를 들여다보고 계셨던 것 같은데요."
이 대리 "그랬나. 나도 그때는 확신이 없었어. 다만 확신이 없을 때일수록 더 꼼꼼히 봐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지."
서준은 AI로 초기 자료와 최종 결과를 비교했다. 문서마다 달라진 숫자와 일정, 반복적으로 발생한 확인사항을 추려 다음 검토에 활용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김 부장은 그 목록을 한참 바라봤다. 손끝으로 항목을 하나씩 짚어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록에는 임차인 의향서 구분, 자금 집행률과 공정률 연동, 특수관계인 거래 관리처럼 이번 사업에서 실제로 겪었던 문제들이 하나하나 짧은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김 부장 "좋아. AI는 자료를 비교하고 기억을 꺼내는 데 쓰자. 하지만 다음 판단은 우리가 해야 해."
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입사 첫 주에 들었던 한 통의 전화를 떠올렸다. 그때는 15퍼센트라는 숫자만 크게 보였지만, 이제는 그 숫자 뒤에 얼마나 많은 확인과 판단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토지 위의 낡은 창고, 현장에서 마주쳤던 빗물 고인 자재 더미, 계열사로 흘러갔던 자금, 회의실에서 오갔던 팽팽한 질문들까지, 모든 순간이 지금 이 체크리스트 한 줄 한 줄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는 문득 입사 첫날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던 자신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 말은 여전히 어느 정도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며칠 뒤 새로운 개발사업 제안서가 도착했다. 서준은 파일을 열었다. 예전 같으면 예상 수익률부터 찾았겠지만, 이번에는 첫 페이지에 질문을 적었다.
서준 "이 사업은 어떤 조건에서 성공하고, 어떤 조건에서 무너지는가?"
김 부장은 그 문장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서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준은, 처음 전화벨이 울리던 아침 김 부장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사실은 이런 수많은 확인과 실패와 조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었음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한 건의 투자는 끝났지만, 서준의 첫 딜은 이제부터 그의 다음 딜들 속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었다. 개발투자는 발굴에서 시작해 회수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무자의 성장은 그 끝에서 다시 시작됐다. 서준은 새 파일의 표지에 사업명을 적어 넣으며, 언젠가 이 파일도 누군가의 체크리스트 한 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창밖으로는 낯익은 그 계절의 바람이 다시 한번 조용하고 나직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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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 24일 전
첫 딜의 계절 - EP20. 회수의 계절
건물이 준공되고 매각 계약이 체결됐다. 대출금과 투자금이 차례로 상환됐다. 몇 년 전 첫 자금이 집행되던 날처럼, 이체 승인 화면은 이번에도 서준의 모니터 위에서 새로고침되고 있었다. 계좌에 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에도 사무실은 크게 소란스럽지 않았다. 서준은 그 조용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몇 년에 걸친 사업의 결말이 화면 위 짧은 이체 문자 한 줄로 요약되고 있었다. 예상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투자금은 회수될 수 있었다. 그는 모니터에 뜬 입금 문구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창밖으로는 완공된 건물의 외벽이 오후 햇살을 반사하며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 흔한 알림 문자 한 줄 뒤에 지난 몇 년의 시간이 통째로 접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잘 실감 나지 않았다. 창밖으로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사무실 바닥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체 문자가 뜬 화면 옆에는 몇 년째 열려 있던 사업 관리 시트가 나란히 떠 있었다. 서준은 그 시트의 마지막 칸을 채워 넣으며, 이 파일 하나가 자신의 첫 딜 전체를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매각대금이 들어온 날, 팀원들은 잠시 안도했다. 누군가는 짧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자리를 정리했다. 그러나 김 부장은 곧바로 최종 정산표를 열었다. 그의 손끝은 이미 다음 칸으로 넘어가 있었다.
이 대리는 준공 이후 두 매수 후보와의 협상 경위를 짧게 요약했다. 결국 자산운용사 쪽이 최종 매수자로 확정됐고, 신생 리츠는 자금 조달이 늦어지며 협상에서 밀려났다. 서준은 몇 달 전 두 회사의 재무제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의 판단이 결국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조용히 안도했다.
서준 "공사비 상승, 인허가 지연, 분양 조건 변경, 금융비용 증가가 핵심 차이였습니다."
김 부장 "수익률만 보는 마지막 보고서는 부족해. 어떤 가정이 틀렸고 어떤 대응이 효과적이었는지 남겨."
이 대리 "저는 그중에서도 혼합안이 통했던 게 가장 크다고 봅니다. 만약 그때 추가 출자로 밀어붙였으면 지금 이 결과는 없었을 겁니다."
이 대리는 지난 몇 년간의 주요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늘어놓았다. 토지 확보 지연, 청구서와 공정률 불일치, 계열사 송금, 분양률 하락과 혼합안까지. 서준은 그 목록을 보며 자신이 겪어온 시간이 이렇게 단정한 한 줄짜리 문장들로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팀은 최초 투자금, 추가 집행액, 금융비용, 투자기간, 매각대금, 최종 수익률을 다시 계산했다. 약정은 제대로 이행됐는지, 비용은 계획과 어떻게 달랐는지, 위기 때 어떤 대응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도 확인했다. 서준은 지난 여러 달의 회의와 현장 방문, 밤늦은 재계산이 하나의 표 안에 응축되는 것을 지켜봤다.
서준 "수익률이 처음 목표보다 낮게 끝났는데도, 이 투자는 성공한 걸로 봐야 합니까?"
김 부장 "숫자 하나로 성공과 실패를 나누지 않아. 위험을 통제하면서 원금과 일부 수익을 지켜냈다면, 그 과정 전체가 성과야."
서준 "그 말씀을 들으니, 처음 15퍼센트라는 숫자만 보고 설렜던 게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김 부장 "부끄러울 것 없어. 그 숫자에서 시작했으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 다만 이제는 그 숫자 뒤를 볼 줄 알게 된 거지."
서준 "그럼 다음 딜에서도 처음에는 또 비슷한 숫자에 마음이 흔들리게 될까요?"
김 부장 "그럴 거야. 좋은 숫자를 보고 설레는 마음 자체는 나쁜 게 아니야. 다만 그 설렘 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면, 그게 자네가 이번 딜에서 얻은 거야."
이 대리 "저도 몇 년째 그 마음은 똑같더라고요. 다만 이제는 설레는 동시에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죠."
서준 "이 대리님도 처음 딜을 맡았을 때 비슷한 과정을 겪으셨습니까?"
이 대리 "물론이지. 나도 처음엔 사업계획서 숫자만 보고 며칠을 들떠 있었어. 그러다 첫 위기를 겪고 나서야 숫자 뒤를 보는 법을 배웠지."
매각대금이 들어왔다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펀드 청산과 투자자 보고가 남아 있었고, 최종 결과를 내부 기록으로 남겨야 했다. 서준은 회수가 계약서의 마지막 줄에 도장을 찍는 일이 아니라, 투자 전체를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정산표를 덮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처음 전화를 받았던 그 아침으로부터 참 많은 계절이 지나 있었다. 그는 자리로 돌아와 지난 몇 년치 자료 파일들을 차근차근 하나의 폴더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낡은 문서 상자, 색이 바랜 포스트잇, 몇 번이고 다시 쓴 정산표까지 하나씩 스캔해 넣으며, 그는 이 폴더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시간의 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캐너가 종이를 한 장씩 삼킬 때마다 나는 규칙적인 소리가 사무실 안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서류 더미의 가장 아래쪽에는 입사 첫 주에 받았던 텅 빈 표지의 '신규 개발사업 1차 검토' 파일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언젠가 다시 열어볼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걸, 그는 이제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폴더 이름을 적어 넣으며 그는 잠시 손을 멈췄다. 사업명 옆에 괄호를 열고, '첫 딜'이라는 짧은 말을 덧붙일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 짧은 세 글자가, 앞으로 그가 맡게 될 여러 딜과 이번 딜을 구분해 줄 유일한 표식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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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 25일 전
첫 딜의 계절 - EP19. 준공을 앞두고
준공을 한 달 앞두고 두 곳의 매수 후보가 나타났다. 팀은 오랜만에 매각 협상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지만, 제시가격은 최초 예상보다 낮았다. 회의실 게시판에는 아직 몇 달 전 위기 대응안을 정리했던 종이가 그대로 붙어 있었고, 서준은 그 옆에 새로 매각 협상 일정표를 붙여 넣었다. 서준은 두 회사의 제안서를 나란히 펼쳐 놓고 조건을 하나씩 비교했다. 몇 달 전 준공을 향해 달려오던 숫자들이 이제는 매각가격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눈앞에 놓여 있었다. 제안서 표지에 찍힌 로고 두 개를 번갈아 보며, 그는 몇 달 전 자신이 처음 마주했던 시행사의 사업계획서 표지를 떠올렸다. 그때와 지금, 같은 사업을 두고 오가는 문서의 성격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그때는 확신에 찬 숫자였다면, 지금은 서로의 셈법을 감춘 채 조심스럽게 던지는 숫자였다. 서준은 두 제안서의 여백에 자신이 이해한 조건을 짧게 옮겨 적으며, 어느 문장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으려 애썼다.
이 대리 "두 곳 모두 관심은 있지만, 현재 시장가격을 반영하면 목표 매각가격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이 대리 "매각안과 리파이낸싱안을 함께 준비하겠습니다."
두 회사 중 한 곳은 이미 인근에 물류센터 두 곳을 보유한 자산운용사였고, 다른 한 곳은 이번이 첫 물류 자산 매입인 신생 리츠였다. 이 대리는 후자의 자금 조달 계획을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실 창밖으로는 골조 공사가 마무리되고 외벽 마감이 한창인 현장의 모습이 보였다. 매각을 서두르면 수익률이 더 낮아질 수 있었다. 반대로 매각을 미루면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시장이 더 나빠질 위험이 있었다. 장기 임대 후 보유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펀드 만기와 투자자 회수 일정이 걸려 있었다. 서준은 그 세 갈래 길을 표로 그려보다가, 어느 쪽도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 대리는 두 회사의 최근 3년 재무제표와 최근 매입 이력을 정리한 표를 서준에게 건넸다. 서준은 숫자 사이사이에 적힌 짧은 주석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협상이라는 것이 결국 상대방의 여력을 가늠하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서준은 그 자료를 다시 정리하며, 몇 달 전 자신이 시행사의 재무자료를 처음 들여다보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숫자를 옮겨 적기만 해도 벅찼는데, 이제는 낯선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고도 어디를 먼저 봐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다.
서준 "두 매수 후보 중 어느 쪽이 더 신뢰할 만합니까?"
이 대리 "가격만 보면 안 돼. 자금 조달 계획과 실제 매입 이력을 같이 봐야 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둘 다 후보일 뿐이야."
서준 "그럼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어느 쪽에도 마음을 놓으면 안 되겠네요."
이 대리 "맞아. 셋 중 하나가 완전히 확정되기 전까지는, 나머지 문도 계속 열어둬야 해."
서준 "두 후보 모두 놓치면 리파이낸싱만 남는 셈인데, 그건 얼마나 현실적인 안입니까?"
이 대리 "지금 금리 수준이면 아주 나쁘지는 않아. 다만 만기 전에 다시 이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으니, 마지막 카드로만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서준 "그럼 지금 시점에서는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준비해야 합니까?"
이 대리 "매각 쪽이야. 리파이낸싱은 어디까지나 대안이지, 우리가 원하는 결말은 아니니까."
김 부장 "이제 중요한 건 과거 목표수익률이 아니야. 남은 리스크를 없애고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거야."
서준 "목표수익률을 포기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김 부장 "포기가 아니라 우선순위를 바꾸는 거지. 지금은 얼마를 더 버느냐보다, 원금과 투자자들의 자금을 어떻게 안전하게 돌려주느냐가 더 중요해."
팀은 매각 협상과 대출 조건을 동시에 검토했다. 출구를 하나만 준비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이었다. 서준은 처음부터 회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면 지금의 선택지가 더 넓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얼마 전 배웠던 회수 가능성이라는 말이, 지금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몸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매각과 리파이낸싱, 두 개의 문서를 나란히 정리하면서도 그는 어느 한쪽에 마음을 놓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끝까지 확인해야 실제로 돈이 돌아온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창밖으로 준공을 앞둔 건물의 골조가 저녁 어스름 속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크레인의 붉은 항공장애등이 느리게 깜빡이며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고 있었다. 서준은 한동안 그 불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처음 이 부지를 찾았을 때는 낡은 창고와 좁은 진입로뿐이던 자리에, 이제는 저렇게 커다란 구조물이 서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실감 나지 않았다. 야근으로 늦어진 사무실 안,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만이 낮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저 건물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아니 완성된 그 이후에도 자신의 일이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매각안과 리파이낸싱안, 두 개의 파일이 나란히 열려 있었다. 그는 둘 중 어느 것도 먼저 닫지 않은 채, 그날의 마지막 메일을 확인하고서야 노트북을 덮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는 문득 처음 이 사업을 검토하던 날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때는 수익률 하나만 보고도 마음이 설렜지만, 지금은 두 개의 문서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일이 오히려 더 익숙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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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파
· 26일 전
첫 딜의 계절 - EP18. 다시 움직이는 사업
변경된 분양 조건이 시장에 공개된 뒤 문의가 늘었다. 시행사 사무실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예상 매각가격은 낮아졌지만, 공실과 미분양 위험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준은 그 교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큰 숫자를 바라다가 아무것도 못 건지는 것보다는, 작더라도 확실한 결과를 쥐는 편이 나았다. 현장 분위기도 조금씩 안정됐다. 공사장 인부들의 발걸음도 예전처럼 규칙적으로 바뀌었고, 시공사 담당자의 목소리에서도 지난달 같은 다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서준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뒤숭숭했던 시행사 사무실이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을 보며, 사업이라는 것이 한 번의 위기로 완전히 끝나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상담 데스크에는 문의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다시 낮게 웅성거렸고, 벽면 분양 현황판의 빈칸도 하나둘 채워지고 있었다. 서준은 그 현황판 앞을 지날 때마다 색이 채워지는 칸의 개수를 무심코 세어보곤 했다. 몇 달 전 위원회에서 오갔던 팽팽한 논쟁이, 지금 저 작은 색깔들로 조금씩 증명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준은 오랜만에 다시 찾은 시행사 사무실 복도에서 박 대표와 마주쳤다. 몇 달 전 초조했던 얼굴과 달리, 오늘은 옅게 웃는 표정이었다.
박 대표 "그때는 정말 아찔했는데, 이렇게 다시 살아나네요."
서준 "혼합안이 시장에 잘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박 대표 "덕분입니다. 그때 김 부장님이 조건을 그렇게까지 세게 안 밀어붙이셨으면, 지금쯤 저희는 더 어려웠을 겁니다."
서준은 그 말을 들으며 몇 달 전 회의실에서 오갔던 팽팽한 대화를 떠올렸다. 그때는 시행사와 투자팀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결국 같은 결과를 향해 가고 있었던 셈이다.
이 대리 "초기 계획과 현재 실적, 변경된 회수 시나리오를 비교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분양률과 금융비용입니다."
김 부장 "숫자뿐 아니라 어떤 가정을 왜 바꿨는지도 보고서에 남겨."
이 대리 "매수 후보 검토 자료도 함께 남겨둘까요? 지금은 시기상조지만, 결국 이 사업의 다음 단계니까요."
김 부장 "그러자. 미리 준비해두면 나중에 협상 테이블에서 당황할 일이 줄어들어."
서준은 컴퓨터 앞에 앉아 지난 몇 달의 회의록과 현장 사진, 이메일을 다시 훑어보며 운용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다. 처음에는 계획 대비 실적을 표로 나열하려 했지만 김 부장은 문장을 다시 보게 했다. 그는 서준이 써온 초안을 펜으로 짚어가며 하나씩 되물었다. 왜 분양 조건을 바꿨는지, 왜 추가 자금을 최소화했는지, 어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는지를 적어야 했다. 서준의 초안은 절반쯤 붉은 줄로 뒤덮여 있었다.
김 부장 "결과만 쓰면 다음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다시 고민해야 해. 판단의 이유를 남겨야 경험이 되는 거야."
서준은 그 말을 듣고 초안을 다시 펼쳤다. 표 안의 숫자 옆에 짧은 한 줄씩 이유를 붙여나가자, 문서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서준 "이렇게 이유를 남기면,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참고할 수 있겠네요."
김 부장 "그게 운용보고서의 진짜 역할이야. 결과를 자랑하는 게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 판단의 흔적을 남기는 거지."
서준 "그럼 이 보고서는 투자자만 보는 게 아니라 저희 팀도 나중에 다시 보는 거네요."
김 부장 "맞아.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이 다시 보게 될 거야. 다음 딜에서 비슷한 상황이 오면 이 문서부터 꺼내보게 되니까."
서준 "그럼 지금 쓰는 이 한 줄이, 언젠가 제 후배가 읽게 될 수도 있겠네요."
김 부장은 그 말에 잠시 웃음을 지었다.
김 부장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까 대충 쓰면 안 돼."
이 대리 "저도 예전 보고서 뒤져서 참고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 선배들이 왜 이렇게까지 자세히 썼나 싶었는데, 지금 보니 이유가 있었더라고요."
서준 "그럼 이번 딜에서 가장 중요하게 남겨야 할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대리 "혼합안을 택한 이유겠지. 최고 수익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결과를 골랐다는 것, 그 판단의 근거를 남기는 게 제일 중요해."
서준은 보고서에 초기 가정, 실제 변화, 대응 선택, 남은 리스크를 순서대로 정리했다. 운용보고서는 결과를 자랑하는 문서가 아니라 사업이 어떻게 변했고 팀이 왜 움직였는지를 기록하는 문서였다. 서준은 마지막 문장을 다 쓰고 나서, 자신이 지난 몇 달간 겪었던 혼란과 판단들이 처음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갓 인쇄된 보고서를 천천히 넘겨보며, 처음 이 파일을 열었을 때의 텅 빈 표지를 떠올렸다.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문장 하나하나에 담겨 있었다. 프린터에서 마지막 장이 빠져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이 보고서가 자신이 지금까지 쓴 문서 중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문서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표지에 이름과 날짜를 적어 넣는 짧은 순간에도, 그는 자신이 몇 달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보고서 파일을 팀 공유 폴더에 올리며, 이 문서를 읽게 될 다음 사람이 누구일지 잠시 상상해보았다. 어쩌면 몇 년 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신입일 수도 있었고, 지금의 자신처럼 밤늦게 표를 들여다보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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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 27일 전
첫 딜의 계절 - EP16. 예상 밖의 균열
준공을 세 달 앞둔 어느 날, 시행사에서 긴급 연락이 왔다. 늦은 오후였고, 사무실 전화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분양률이 계획보다 낮아졌고, 시공사는 공사기간 연장을 통보했다. 시행사는 추가 출자를 요청했다. 서준은 전화를 받은 이 대리의 표정이 순간 굳는 것을 옆자리에서 지켜봤다. 몇 달간 순조롭게 흘러오던 일정이 갑자기 방향을 트는 순간이었다. 그는 통화가 끝날 때까지 숨죽인 채 옆에서 지켜보았다. 창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고, 사무실 형광등 아래에서 이 대리의 이마에 옅게 맺힌 땀이 눈에 들어왔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도 서준은 놓치지 않았다. 준공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짧은 떨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박 대표 "분양시장만 조금 회복되면 괜찮습니다. 다만 준공 전까지 운영자금이 조금 부족합니다."
김 부장 "조금이라는 금액으로 말하지 말고, 필요한 자금과 시점을 표로 보내 주세요."
이 대리는 통화 내용을 서준에게 다시 전해주며, 박 대표의 목소리가 처음 딜을 소개하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때는 자신감 넘치는 어조였다면, 지금은 조심스레 양해를 구하는 말투였다고 했다. 서준은 기존 사업계획서와 최신 자료를 비교했다. 예상 분양률, 실제 계약률, 잔여공사비, 대출 만기, 금융비용이 한꺼번에 달라져 있었다. 화면 위에서 붉은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자료를 정리했다. 그는 계약서와 보고서를 AI로 정리해 대응안별 장단점을 비교했다.
서준 "추가 출자는 회수 가능성이 높지만 손실 위험도 큽니다. 분양 조건을 조정하고 최소 추가자금을 넣는 혼합안이 가장 균형적입니다."
김 부장 "좋아. AI는 자료를 정리하고 비교하는 데 쓰자. 최종 판단과 책임은 우리가 진다."
서준 "AI가 틀린 답을 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김 부장 "당연히 있어. 그래서 AI가 만든 표는 초안일 뿐이야.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지 항상 다시 확인해야 해."
서준은 실제로 표 안에서 잔여공사비 항목이 최신 청구서 금액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 셀을 고쳐 넣으며, 편리함이 곧 정확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대리 "저는 세 가지 안을 각각 다른 가정으로 세 번 돌려봤습니다. 분양률이 더 떨어지는 경우까지요."
서준 "그럼 이 표를 만든 시간이 오히려 낭비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김 부장 "아니야. 세 가지 안을 사람이 처음부터 정리하려면 하루가 꼬박 걸려. AI가 뼈대를 잡아주면, 우리는 그 뼈대가 맞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지. 시간을 아끼는 게 아니라 시간을 옮겨 쓰는 거야."
이 대리 "저도 처음엔 미덥지 않았는데, 오탈자나 단순 계산은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대신 결론은 저희가 매번 다시 봅니다."
서준 "그럼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람이 더 필요한 거네요."
김 부장 "그렇지. 숫자는 기계가 빨리 정리해도, 저 숫자 뒤에 있는 사람과 시장을 읽는 건 결국 우리 몫이야."
화면에는 세 가지 대응안의 현금흐름이 색깔별 막대그래프로 나란히 표시돼 있었다. 서준은 그 그래프를 확대해가며, 어느 안이든 당장 눈앞의 위기를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AI가 만든 표에는 대응안별 현금흐름과 리스크가 정리되어 있었다. 서준은 그 표를 여러 번 다시 살펴보았다. 그러나 표에 담기지 않은 것도 있었다. 시행사가 실제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지, 임차인이 조건 변경을 받아들일지, 시장이 다시 회복할지는 사람이 확인해야 했다.
서준 "그럼 AI가 만든 이 표는 어디까지 믿어야 합니까?"
김 부장 "숫자를 정리하고 비교한 부분까지는 믿어도 돼. 하지만 그 숫자가 실제로 실현될지는 우리가 시행사와 시장을 직접 확인해야 알 수 있어."
서준은 AI가 결론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복잡한 자료 속에서 질문을 빠르게 찾게 하는 도구라는 것을 배웠다. 그는 표를 덮고, 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는 것으로 그날 오후를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는 한동안 화면 속 세 가지 대응안을 번갈아 들여다보았다. 어느 것도 완벽한 해답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흘러가던 준공 일정표를 다시 열어, 분양률과 잔여공사비가 바뀐 지점마다 메모를 남겼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사무실에는 그와 이 대리 둘만 남아 있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남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유난히 길게 늘어져 있었다. 예상 밖의 균열이라는 말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준공을 코앞에 두고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그날 처음으로 뼈저리게 실감했다. 지금까지 잘 버텨온 사업이라 해서 끝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도 함께 배웠다. 그는 가방을 챙기며, 내일 아침 가장 먼저 박 대표가 보내올 자료부터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밤 만든 세 가지 대응안 중 어느 것도 아직은 확정된 답이 아니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길, 그는 몇 달 전 회수 가능성이라는 항목을 뒤늦게 채워 넣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 미리 열어두었던 몇 갈래의 문 중 하나가, 이제야 실제로 쓰일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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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 29일 전
첫 딜의 계절 - EP15. 회수 가능성
준공이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주변에 유사한 물류센터 공급이 늘고 있었고, 최초 예상했던 매각가격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다. 서준은 인근 지역에 올라가는 다른 물류센터의 안내판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처음 현장을 찾았을 때만 해도 텅 비어 있던 주변 부지에, 어느새 비슷한 철골 구조물이 하나둘 올라가고 있었다. 저녁 무렵 퇴근길에 차창 너머로 그 구조물들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는 이 사업이 더 이상 혼자만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안내판마다 적힌 준공 예정일도 우리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같은 지역에, 비슷한 크기의 창고들이 한꺼번에 완성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조금씩 무겁게 짓눌렀다.
이 대리 "인근 공급이 늘었습니다. 매각가격은 처음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김 부장 "완공이 목표가 아니야. 완공 후 누가 이 자산을 사거나 임차할지까지 봐야 해."
서준 "그런데 저희가 지을 때는 늘 최고의 상태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사려는 사람도 자연히 나타나는 거 아닌가요?"
김 부장 "좋은 건물이면 언젠가는 팔리겠지. 문제는 우리 펀드에 만기가 있다는 거야. 언젠가가 아니라 정해진 시점 안에 팔아야 해."
서준은 그 말을 듣고 문득 궁금해져 물었다.
서준 "공급이 늘어난다는 건 결국 시장이 그만큼 좋아 보인다는 뜻 아닙니까?"
김 부장 "맞아. 그런데 다들 좋아 보인다고 같은 시점에 몰려들면, 정작 준공될 때는 공급 과잉이 되는 거야. 시장이 좋다는 신호가 오히려 위험 신호가 될 수도 있어."
이 대리는 인근에서 최근 거래된 물류센터 두 건의 매각 사례를 자료로 가져왔다. 캡레이트와 평당 가격이 처음 사업계획서에 쓰인 가정보다 낮게 형성돼 있었다. 서준은 그 표를 보며, 시장은 우리가 정한 목표수익률과는 아무 상관 없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팀은 회수 시나리오를 세 가지로 나눴다. 준공 후 매각하는 방안, 장기 임대 후 보유하는 방안, 대출을 갈아타며 리파이낸싱하는 방안이었다. 각 시나리오에는 서로 다른 기간과 비용, 시장 위험이 붙었다. 서준은 세 갈래로 나뉜 표를 보며, 완공이라는 하나의 결과가 이렇게 많은 다른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서준 "그럼 매각가격이 낮아질 걸 알면서도 계속 이대로 진행해야 하는 겁니까?"
김 부장 "지금 알았으니 다행이지. 준공하고 나서 알았으면 손쓸 방법이 훨씬 적었을 거야. 미리 알면 미리 움직일 수 있어."
이 대리 "매각만 기다리기보다 장기 임대 후 리파이낸싱도 검토하겠습니다. 다만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김 부장 "그래서 회수계획은 마지막에 만드는 게 아니야. 투자 처음부터 사업성의 일부로 봐야 해."
이 대리는 세 가지 시나리오 각각의 예상 회수 시점과 예상 수익률을 표로 정리해 벽면 화면에 띄웠다. 세 개의 막대가 서로 다른 높이로 늘어선 모습을 보며, 서준은 완공이라는 하나의 결승선 뒤에 이렇게 다른 결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서준은 그 말을 곱씹으며 물었다.
서준 "그럼 처음 투자를 검토할 때부터 회수 방법을 정해둬야 하는 겁니까?"
김 부장 "정해두는 게 아니라, 몇 가지 길을 미리 확인해두는 거야. 나가는 문이 하나뿐이면, 그 문이 막혔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서준 "그럼 매각과 임대와 리파이낸싱을 다 같이 준비해야 하는 겁니까?"
이 대리 "동시에 세 개를 다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세 개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는 거야. 시장 상황이 바뀌면 우리가 갈 수 있는 문도 같이 바뀌니까."
서준 "그럼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어느 문이 가장 가능성이 높습니까?"
이 대리 "아직은 장담할 수 없어. 그래서 세 개를 다 열어두고, 매달 시장 데이터를 다시 확인하는 거야. 문이 넓어지는 쪽으로 조금씩 무게를 옮기면 돼."
서준은 지금까지 투자 검토에서 매입과 개발만 크게 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이 자산을 사는지, 임차인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대출 만기 전에 어떤 출구가 있는지가 처음부터 들어가야 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처음 작성했던 1차 검토 파일을 떠올리며, 그 안에 회수에 관한 항목이 얼마나 빈약했는지를 되짚어보았다. 표지에 적었던 몇 줄의 항목들 중 회수 관련 칸은 유독 짧고 부실했다. 그는 파일을 열어 회수 관련 칸을 다시 채워 넣었다. 처음에는 비워두었던 그 작은 칸이, 이제는 사업 전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칸을 채워 넣는 동안 그는 몇 번이나 커서를 멈추고 다시 지웠다 썼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이웃한 물류센터의 골조가 불빛을 받아 서 있었고, 그는 그 풍경을 등지고 앉아 자신의 화면 속 세 갈래 표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는 다음 딜을 검토하게 되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이 칸을 절대로 비워두지 않겠다고 스스로 굳게 다짐했다. 퇴근하기 전, 그는 이 대리에게 매달 확인하기로 한 시장 데이터 항목을 캘린더에 등록해달라고 부탁했다. 스스로 만든 그 작은 알림이, 앞으로 이 사업이 어느 문으로 나가게 될지 지켜보는 그의 첫걸음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그는 문득 처음 이 팀에 배정됐을 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개발사업은 짓는 일만이 아니라 회수까지 끝나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말이었다. 그때는 그저 흘려들었던 문장이, 지금은 그의 하루하루를 이끄는 원칙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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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