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C 공부 좀 해봤는데, 이번엔 돈이 단계별로 어떻게 들어오는지 봤어요 (2)
파
파란나라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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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AIDC가 일반 데이터센터랑 뭐가 다른지 정리해봤는데, 이번엔 그 다음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자금이 개발 단계마다 어떻게 바뀌는지 좀 더 파봤어요. 역시 제가 이해한 걸 정리하는 거라 틀린 부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일단 건설 단계에서는 프로젝트 단위 건설대출이나 홀드컴퍼니(HoldCo) 대출, 사모대출(프라이빗 크레딧)이 주로 들어온다고 하네요. 이 단계에서 대출기관이 보는 건 "이 사업이 실행될 수 있나", "앵커 임차인 신용도가 어떤가", "예상 임대수익이 얼마나 되나", "스폰서가 이런 프로젝트 해본 경험이 있나" 이런 것들이라고 해요. 아직 다 지어지지도 않았고 임대도 안 시작됐으니, 실행 리스크를 중심으로 보는 거죠. 우리 PF로 치면 브릿지론이나 본PF 초기 단계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그런데 "프로젝트 단위"랑 "홀드컴퍼니"가 뭐가 다른가 궁금해서 좀 더 봤는데, 생각보다 구조 차이가 크더라고요. 프로젝트 단위(OpCo) 대출은 데이터센터 한 개 자산에 대한 직접 담보권을 갖는 방식이라, 그 자산 하나의 현금흐름과 상태만 보고 대출을 짜는 거고요. 반면 홀드컴퍼니(HoldCo) 대출은 여러 데이터센터를 가진 상위 지주회사한테 빌려주는 건데, 개별 자산에 직접 담보를 잡는 대신 그 지주회사가 가진 지분(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잡고, 밑에 있는 운영 자회사들이 올려보내는 배당·분배금으로 원리금을 갚는 구조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홀드컴퍼니 단위로 묶으면 여러 자산의 현금흐름을 합쳐서(캐시 풀링) 보기 때문에, 개별 자산 하나가 부진해도 포트폴리오 전체로는 완충이 되고, 그러다보니 준(準)기업 신용처럼 평가받아서 레버리지를 더 받을 수 있고 조건도 더 유리해진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자산을 하나씩 따로 파이낸싱하느냐, 여러 개를 묶어서 파이낸싱하느냐에 따라 대출기관이 보는 리스크의 결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더라고요. 우리로 치면 개별 사업장 PF랑, 여러 사업장을 묶은 포트폴리오 대출/리츠 편입의 차이랑 비슷한 결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건설 단계 안에서도 GPU 자체를 담보로 잡는 대출이 나온다는 게 재밌었어요. 코어위브라는 회사가 올해 85억달러 규모 대출(DDTL 4.0)을 받았는데, 만기가 2032년 3월이고 변동금리 트랑셰는 SOFR+2.25%, 고정금리 트랑셰는 5.9% 정도라고 하네요. 담보가 고성능컴퓨팅 장비(GPU)랑 고객사와의 계약인데, 무디스 A3, DBRS A(low) 등급을 받아서 "GPU 자산으로 담보된 최초의 투자등급 파이낸싱"이라고 하더라고요. 고객사명은 공개 안 됐는데 "선도적인 AI 기업"이라고만 나와 있고요. 저는 이거 보고 좀 신기했어요. 부동산이면 건물이나 토지가 담보인 게 당연한데, 여기는 GPU라는 감가상각 빠른 장비 자체가 투자등급 담보물이 된다는 게 지난번에 얘기했던 "임대료가 아니라 컴퓨팅 팩토리를 파이낸싱한다"는 말이랑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 다음 안정화 단계로 넘어가면 자금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고 하네요. 임대·가동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리스크가 낮아지니까, 신디케이션 대출이나 자산유동화(ABS), 상업용모기지증권(CMBS), 세일앤리스백 같은 장기·저비용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요. 이거 보여주는 사례로 최근에 메타랑 블루오울(Blue Owl)이 루이지애나에 짓는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딜을 봤는데, 이게 지난 글에서 얘기했던 아폴로 컨소시엄 딜(2024년)이랑은 또 다른, 최근에 나온 별개의 딜이더라고요. 헷갈릴 뻔했는데 확인해보니 다른 건이었어요. 이 딜은 부채 270억달러(S&P A+ 등급, PIMCO가 180억달러·블랙록이 30억달러를 앵커로 넣었고, 만기가 2049년, 국채금리+225bp 수준으로 프라이싱됐다고 해요), 에쿼티 25억달러 규모로, 블루오울이 80%·메타가 20% 지분을 갖는 조인트벤처 구조라고 하네요. 모건스탠리가 주선했다고 하고요. 30년 가까운 만기의 채권을 A+ 등급으로 찍을 수 있다는 게, 결국 임차인(메타)의 신용과 계약의 지속성이 그 정도로 탄탄하다고 시장이 본다는 뜻인 것 같아요.
근데 이 안정화 단계 자금조달이 하이페리온처럼 한 번에 초대형으로 짜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아예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곳들도 있더라고요. 스위치(Switch)라는 회사는 올해 4월에 시리즈 2026-1이라는 자산유동화(ABS)로 7.68억달러를 조달했는데, 2024년부터 다섯 번의 유동화를 통해 누적 약 42억달러를 조달했다고 하네요. 이번 건에는 네바다주 리노에 있는 약 130만 제곱피트(52MW 이상) 규모 데이터센터가 담보 자산으로 추가됐다고 하고요. 유럽 쪽에서는 밴티지(Vantage)라는 회사가 2024년에 6억파운드 규모로 EMEA 최초의 데이터센터 ABS를 발행했고, 올해 1월에는 기존 발행분에 2억파운드를 더 얹고(탭) 5,400만파운드짜리 새 트랑셰까지 추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한 번 자산이 안정화되고 나면, 그 뒤로는 자산이 늘어날 때마다 계속 유동화 시장에서 자금을 재조달하는 게 아예 하나의 반복 가능한 자금조달 루틴처럼 굳어진 것 같아요.
이렇게 쭉 보고 나니 정리가 좀 되는 게, 같은 프로젝트라도 아직 리스크가 큰 초기엔 비싸고 유연한 돈(사모대출·프로젝트 단위 대출)이 들어오고, 여러 자산을 묶을 수 있게 되면 지주회사 단위로 좀 더 유리한 조건을 받고, 안정화되고 나면 훨씬 싸고 장기적인 돈(채권·유동화)이 들어오는 흐름이더라고요. 그리고 이 모든 단계 사이에 GPU라는, 부동산에는 없던 독특한 담보물이 하나 더 끼어 있는 구조고요.
다음엔 이런 구조에서 리스크가 실제로 어디에 몰려있는지(장비 노후화, 임차인 집중, 벤더 파이낸싱 같은 것들) 좀 더 봐보려고 하는데, 혹시 국내 PF도 본PF 이후에 유동화 단계로 넘어가는 게 이거랑 비슷한 결인지, 아니면 홀드컴퍼니처럼 여러 사업장을 묶어서 파이낸싱하는 사례가 국내에도 있는지 아시는 분 있으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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