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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딜의 계절 - EP13. 자금의 흐름

파란나라
·
5일 전
댓글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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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자료를 대조하던 중 일부 자금이 계약 업체가 아닌 시행사 계열사로 송금된 사실이 발견됐다. 이 대리는 송금 내역과 계약서를 번갈아 살폈다. 모니터 두 개에 각각 다른 문서를 띄워 놓고, 커서로 계좌번호를 하나씩 짚어가며 확인했다. 사무실 안은 오후 내내 조용했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프린터가 돌아가는 소리만 간간이 섞여 들렸다. 서준도 옆에서 함께 화면을 들여다보았지만, 숫자와 계좌번호가 뒤섞여 눈이 어지러웠다. 그는 이 대리가 화면을 넘길 때마다 메모지에 계좌번호 끝자리를 옮겨 적으며 따라가 보려 했지만, 몇 번이나 놓치고 다시 앞 페이지로 돌아가야 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이 대리의 눈은 한 줄 한 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서준은 문득 이 대리가 이런 식으로 자료를 파고드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지나치게 예민한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집요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대리 "부장님, 이 금액이 계약한 업체가 아니라 시행사 계열사로 들어갔습니다." 김 부장 "사유는 확인했어?" 이 대리 "공동구매와 비용 정산이라고 하는데, 관련 계약서가 없습니다." 김 부장의 표정이 순간 굳는 것을 서준은 옆자리에서 지켜봤다. 이 대리는 특수관계인 거래와 이해상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준은 그 용어가 낯설어 슬쩍 물었다. 서준 "특수관계인 거래가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겁니까?" 이 대리 "무조건은 아니야. 다만 그런 거래는 시장 가격보다 유리하게 처리되거나, 자금이 원래 목적과 다르게 쓰일 위험이 있어. 그래서 반드시 근거와 계약서로 확인해야 해." 서준 "계열사면 오히려 더 믿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 대리 "오히려 반대야. 계열사끼리는 서로 봐줄 수 있으니까, 제3자 거래보다 더 엄격하게 봐야 해." 서준 "그럼 이번 건도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는 겁니까?" 이 대리 "아직은 몰라. 판단은 자료를 다 확인한 뒤에 하는 거야.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하나씩 채워 넣는 거지." 서준 "이런 확인은 보통 얼마나 걸립니까?" 이 대리 "빠르면 며칠, 오래 걸리면 몇 주도 걸려. 계좌 하나하나, 계약 하나하나를 다 들여다봐야 하니까. 그래도 여기서 서두르면 나중에 더 큰 시간을 써야 해." 박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짧은 한숨이 섞여 있었다. 박 대표 "계열사가 비용을 먼저 처리한 것뿐입니다. 사업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김 부장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 확인하는 겁니다. 투자금은 신뢰만으로 관리할 수 없습니다." 박 대표 "그럼 계열사 거래는 앞으로 아예 금지되는 겁니까?" 김 부장 "금지는 아닙니다. 다만 정상적인 시장 가격으로 이뤄졌는지, 계약서와 증빙이 갖춰졌는지 매번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 박 대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자료를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그 짧은 침묵 사이에 서준은 협상이라는 것이 목소리를 높이는 쪽이 아니라 근거를 더 많이 쥔 쪽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투자팀은 자금 흐름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과 의사결정 구조까지 확인했다. 누가 계약을 체결했고, 누가 지급을 승인했으며, 실제 용역이나 물품은 어디에서 제공됐는지를 추적했다. 확인이 끝날 때까지 추가 집행은 멈췄다. 서준은 그 며칠 사이 서류함이 눈에 띄게 두꺼워지는 것을 지켜봤다. 계약서 사본과 송금 확인서, 세금계산서가 폴더마다 쌓여갔고, 그는 파일 이름에 날짜와 금액을 붙여가며 순서를 정리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서류를 정리하는 손놀림에 망설임이 사라져 있었다. 며칠 뒤 이 대리는 계열사가 자재 공동구매를 실제로 대행한 정황과, 정산이 늦어진 이유를 담은 소명자료를 받아왔다. 근거는 부족하지만 완전히 허위는 아니었다. 서준은 그 애매한 결과가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결론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세상 모든 문제가 명백한 흑백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김 부장 "앞으로는 계열사 거래가 생기면 사전에 저희 승인을 받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죠." 박 대표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준은 운용이 사업을 믿지 않는 일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동안 공사는 느려졌지만, 팀은 앞으로의 자금이 어디로 가는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그 정체된 시간이 오히려 사업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서준은 이 대리가 하나하나 대조하던 계좌번호와 계약서를 떠올리며, 신뢰라는 말이 사실은 이렇게 지루하고 꼼꼼한 확인 작업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는 그날 밤 자신이 정리한 자금 흐름도를 다시 열어보며, 화살표 하나하나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눈으로 좇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창밖 불빛이 하나둘 꺼져가는 것을 보며, 그는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는 것을 그제야 느꼈다. 돈의 방향을 아는 것이야말로 사업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것을, 그는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고 있었다. 그는 노트 한쪽에 오늘 배운 것을 짧게 적었다. 확인이 늦어지는 시간은 손해가 아니라, 나중에 더 큰 손해를 막는 보험 같은 것이라고. --- —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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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나라
23시간 전
네 맞아요, 결국 "얼마나 비용을 들여서 얼마나 줄이느냐"의 싸움이더라고요. 이 부분 계속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맞아요, '완전 차단'보다 '관리 비용'으로 보는 게 훨씬 현실적이죠. 이 바닥에서 완벽한 방어선이란 건 없고, 그냥 계속 비용 들여서 줄여나가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이 사실 정곡이에요. 사전 승인 조항 넣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다음부터는 숨기는 쪽이 더 정교해지고 확인하는 쪽도 그만큼 더 파고들어야 하는 게 반복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이걸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 "관리 비용"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보다, 걸리는 빈도와 규모를 계속 줄여나가는 게 현실적인 목표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이게 다음 딜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구조라, 앞으로도 이 팀이 이런 식의 확인을 계속 반복하는 모습이 나올 거예요.
계열사 거래 나오니 진짜 촉이 곤두서는 대목이네요. 시장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 새는 거, 실무에서 제일 잡기 어려운 유형 중 하나거든요. 서류상으론 다 그럴듯하게 맞춰놓으니까요. '사전 승인 조항 계약서에 넣자'는 게 맞는 대응인데, 이것도 결국 다음 딜부터는 시행사 쪽에서 계열사 거래 자체를 숨기는 쪽으로 더 정교해질 수도 있어서, 이게 끝이 없는 싸움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