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딜의 계절 - EP10. 공사 현장
파
파란나라
하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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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시작된 날, 서준은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오늘 볼 현장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았지만, 막상 도착한 부지는 상상과는 또 달랐다. 현장에는 굴착기 소리와 사람들의 고함이 뒤섞여 있었다. 흙먼지가 날리고,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확성기를 든 신호수의 외침이 굴착기 엔진 소리를 뚫고 간간이 들려왔다. 현장 사무실 앞에는 안전 수칙이 큼직하게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는 오늘 날짜와 작업 인원수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서준은 보고서에서만 보던 공정이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처음 봤다. 표 안의 숫자였던 것들이 눈앞에서 흙과 철근으로 쌓이고 있었다. 그는 몇 달간 화면으로만 들여다봤던 도면이 이렇게 부피와 무게를 가진 것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게 다가왔다. 안전모를 쓰고 현장을 걷는 그의 발밑에서 자갈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고, 멀리서는 레미콘 차량이 순서를 기다리며 늘어서 있었다. 크레인이 철골 자재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며, 그는 몇 달 전 이 부지가 잡초와 낡은 창고뿐인 빈 땅이었다는 사실이 잘 실감 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보고서의 숫자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이 대리 "공정률은 32퍼센트인데 자금 집행률은 45퍼센트입니다."
김 부장 "공사비가 계획보다 먼저 나가고 있어. 현장에 직접 가보자."
가는 길에 서준은 조수석 창문을 살짝 내려 바람을 맞았다. 몇 달 전 지적도 한 장을 들고 처음 이 길을 왔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그때는 낯선 땅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이 계속 지켜봐 온 사업을 다시 살피러 가는 길이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 속에 그날 처음 봤던 오래된 창고 대신, 반듯하게 다져진 진입로가 새로 나 있었다.
이번에는 숫자가 틀린 게 아니라, 두 숫자 사이의 간격 자체가 의심의 대상이었다. 서준에게는 낯선 종류의 문제였다. 서준은 두 숫자의 차이가 뭘 의미하는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아 조심스레 물었다.
서준 "공정률과 집행률이 꼭 같이 가야 하는 겁니까?"
이 대리 "완전히 똑같을 필요는 없어. 다만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해. 설명이 안 되면 돈이 어디로 새는지 알 수 없는 거야."
시공사 담당자는 안전모 아래로 땀을 닦으며 서류철을 펼쳤다. 그는 초기 토목공사 비용과 자재 선구매를 이유로 들었다. 김 부장은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현장을 바라봤다. 파헤쳐진 흙더미와 나란히 쌓인 철근 다발, 아직 손대지 않은 구획을 눈으로 훑었다. 공사비가 먼저 나가는 것 자체가 항상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 차이가 설명되고 관리되어야 했다.
시공사 담당자 "자재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확보해둔 겁니다. 결국 사업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습니다."
이 대리 "그 판단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 판단을 사후에 듣는 게 아니라 사전에 협의하고 싶은 겁니다."
서준은 두 사람의 대화를 받아적으며,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정보를 나누는 방식의 문제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시공사 담당자의 판단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 판단을 투자팀이 미리 알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였다.
김 부장 "계약상 확정된 금액과 변동 가능한 금액을 구분해서 다시 제출해 주세요. 그리고 공정률과 집행률을 매주 비교합시다."
서준 "매주 비교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이 대리 "차이가 벌어지는 시점을 빨리 잡을 수 있어. 한 달에 한 번만 보면 문제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돈이 많이 나간 뒤일 수 있거든."
서준 "그럼 오늘부터 이 관리표는 제가 맡아서 채워봐도 되겠습니까?"
이 대리 "좋지. 대신 숫자만 채우지 말고, 왜 그런 숫자가 나왔는지 한 줄씩 메모를 남겨. 나중에 돌아보면 그 메모가 더 값질 거야."
시공사 담당자는 다음 주까지 자료를 다시 정리해 보내겠다고 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까보다 조심스러운 기색이 묻어 있었다. 서준은 그 변화가 김 부장의 담담한 요구 하나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새삼 인상 깊었다.
팀은 공정률, 기성금, 잔여공사비, 예상 준공일을 하나의 관리표로 묶었다. 현장을 떠나기 전, 서준은 마지막으로 부지 전체를 눈에 담았다. 몇 달 전 잡초와 낡은 창고뿐이던 자리에 이제는 골조의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그 변화가 자신이 채워온 표의 숫자들과 겹쳐 보인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서준은 운용이 단순히 돈을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장을 보고, 숫자를 비교하고, 다음 집행을 판단하는 일이 매주 반복됐다. 그는 그 반복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대신, 오히려 사업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매주 같은 표를 열어보는 일이 처음에는 사무적으로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그 표 안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현장의 신호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는 매주 같은 시간에 알람을 맞춰두고 표를 갱신하는 습관을 들였다. 퇴근길 지하철 창밖으로 멀어지는 크레인의 불빛을 보며, 그는 저 현장이 이제 자신의 손끝에서도 조금씩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고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안전모를 벗고 흙 묻은 안전화를 내려다보던 순간이 떠올랐다. 몇 달 전 지적도만 들여다보던 신입은 이제 현장의 숫자를 스스로 판단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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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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