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딜의 계절 - EP17. 갈림길의 선택
파
파란나라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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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투자위원회가 열렸다. 평소보다 넓은 회의실에 위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창가 자리부터 순서대로 앉는 낯익은 모습이었지만, 그날따라 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의 두께가 유난히 두꺼웠다. 서준은 인쇄된 자료를 나눠주며, 종이 뭉치의 무게가 곧 지금 이 사업이 놓인 상황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료를 나눠주는 짧은 순간에도 위원들의 표정을 하나씩 살폈다. 몇 달 전 조건부 승인을 내렸던 그 얼굴들이었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김 부장은 세 가지 안을 화면에 띄웠다. 분양가를 조정해 빠르게 회수하는 방안, 추가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유지하는 방안, 대출을 갈아타며 시간을 버는 리파이낸싱 방안이었다. 서준은 화면에 세 개의 화살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며, 지난 몇 년간 하나의 길로만 보였던 이 사업이 이제는 여러 갈림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위원 "각 안의 가장 큰 위험은 무엇입니까?"
서준은 자료를 넘기며 위원들의 질문 하나하나를 받아 적었다. 몇 달 전 조건부 승인을 받아내던 첫 투자위원회의 긴장감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이 대리 "분양가 조정은 수익률이 낮아집니다. 추가 출자는 회수 가능성을 높이지만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리파이낸싱은 시간을 벌지만 금리와 만기 위험이 있습니다."
찬성 위원 "지금이라도 추가 출자를 넣어서 밀어붙이면 목표수익률에 다시 가까워질 수 있지 않습니까?"
반대 위원 "그건 상황이 더 나빠졌을 때 손실만 키우는 결정입니다. 지금은 지키는 게 우선입니다."
회의실 안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손실을 먼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혔다. 서준은 위원들 사이의 시선이 몇 번이나 오가는 것을 지켜보며, 이 결정이 단순한 숫자 비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볼펜 딸깍이는 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가 잠시 회의실을 채웠다가 이내 잦아들었다.
위원 "그럼 가장 안전한 선택은 무엇입니까?"
김 부장 "수익률만 보면 답이 달라집니다. 회수 가능성과 추가 손실을 함께 보면 분양 조건 조정과 최소 추가자금의 혼합안이 현실적입니다."
위원 "그 혼합안이라는 게 결국 양쪽 눈치를 다 보겠다는 뜻 아닙니까?"
김 부장 "눈치를 본다기보다, 한쪽에 모든 걸 걸었을 때의 위험을 나누는 겁니다. 분양 조건을 일부만 조정하면 손실을 줄이고, 최소한의 추가자금으로 완공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서준은 그 설명을 들으며 문득 손을 들어 질문했다.
서준 "혼합안이 가장 안전하다는 건, 다른 두 안보다 확실히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는 뜻입니까?"
김 부장 "아니, 더 나은 결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야. 다만 가장 나쁜 결과가 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안이라는 거지. 그 차이를 구분해야 해."
서준은 그 대답을 들으며 처음으로 회의실 안 위원들의 표정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찬성 쪽 위원도, 반대 쪽 위원도 손에 쥔 볼펜을 가만히 내려놓고 있었다.
위원 "그럼 손실 없이 끝낼 수 있는 안은 없다는 말씀입니까?"
김 부장 "손실이 전혀 없는 안은 지금 상황에서는 없습니다. 다만 손실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가 다를 뿐입니다."
또 다른 위원이 서류를 뒤적이다 조용히 덧붙였다.
위원 "결국 우리가 고르는 건 정답이 아니라 덜 나쁜 답이라는 얘기군요."
김 부장 "그렇게 표현하셔도 틀리지 않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헛기침을 했고, 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서준은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위원들 각자가 자기 나름의 계산을 끝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투자를 검토하던 날, 만장일치로 박수를 치던 순간과는 전혀 다른 공기였다.
위원 "그럼 만약 혼합안조차 안 통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김 부장 "그때는 지금 논의한 세 가지 안 중 다른 하나로 다시 전환할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한 가지 안에만 모든 걸 걸지는 않겠습니다."
위원 "혼합안으로 진행하되, 조건 이행을 매달 보고받는 걸로 하죠."
위원회는 분양 조건을 일부 조정하고, 부족한 자금은 한도를 정해 보충하기로 했다. 추가 자금은 새로운 조건과 보고의무가 충족될 때만 집행하도록 했다.
최고 수익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최악의 결과를 피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을 높이는 선택이었다. 서준은 투자자의 역할이 언제나 가장 좋은 결과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의실을 나서며 그는 그 말을 몇 번이나 속으로 되풀이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그는 위원들의 표정 어디에도 완전한 만족은 없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한 결정이었고, 그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결정처럼 느껴졌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고 긴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그는 처음 이 사업을 검토하던 날 들었던 15퍼센트라는 숫자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새삼스레 실감했다. 그 거리감이 서글프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그동안 걸어온 시간의 길이처럼 느껴졌다. 사무실 자리에 앉아 오늘 결정된 혼합안을 정리하면서, 그는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이 딜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사무실 몇 곳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그 불빛들을 바라보며, 오늘 같은 결정을 앞으로 몇 번은 더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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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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