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딜의 계절 - EP12. 현장 확인
파
파란나라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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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투자팀은 다시 현장을 찾았다. 하늘은 흐렸고, 현장 곳곳에 어제 내린 빗물이 얕게 고여 있었다. 진입로에 깔린 철판이 밟을 때마다 물기를 튀기며 삐걱거렸고, 크레인은 그날따라 움직이지 않은 채 멈춰 서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젖은 시멘트와 쇳가루가 섞인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저 멀리 컨테이너 사무실 처마에서 빗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서준은 방수 재킷 위로 스며드는 습기를 느끼며, 어제 사무실에서 본 청구서와 지금 눈앞의 현장이 같은 사업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전날 발견된 금액 불일치는 서류상의 숫자였을 뿐인데, 오늘은 그 숫자가 진흙과 철근의 모양으로 눈앞에 서 있었다. 청구서에는 반입 완료로 표시된 자재가 실제로는 절반만 들어와 있었다. 나머지 자재가 어디에 있는지 묻자 시공사 담당자는 곧 들어올 예정이라고 답했다. 서준은 야적장에 쌓인 자재 더미를 세어보다가, 청구서에 적힌 수량과 눈으로 헤아린 수량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어가며 두 번, 세 번 다시 세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빗물에 젖은 철근 다발 위로 녹물이 가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대리 "나머지는 언제 반입됩니까? 왜 전액이 청구됐죠?"
시공사 담당자 "공급업체와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김 부장 "흔한 일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투자금이 정확히 쓰였는지가 중요합니다."
서준은 그 짧은 대답 속에 지난 며칠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청구서와 공정률의 불일치가 발견된 뒤로 팀은 어떤 설명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는 시공사 담당자의 말투나 표정에서 어느 정도 진심을 읽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말이 아니라 눈앞의 물건 개수를 세는 쪽이 훨씬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장에는 문서에 적힌 것과 실제로 존재하는 것 사이에 작은 차이가 있었다. 서준은 한쪽 구석에 쌓인 철근 다발의 규격이 견적서와 조금 다르다는 것도 발견했다. 자를 대고 직접 지름을 재보니 도면에 적힌 수치보다 얇았다. 그 작은 차이가 쌓이면 공사비와 준공 일정 전체를 흔들 수 있었다.
서준 "규격도 견적서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 대리 "그것도 적어둬. 하나씩은 작아 보여도 나중에 전부 모아보면 무시할 수 없는 크기가 될 수 있어."
서준 "그런데 이런 차이는 원래 공사 현장에서 늘 있는 일 아닙니까? 매번 이렇게 재고 세야 한다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대리 "끝이 없어 보이지만, 그게 우리가 할 일이야. 시공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생기고, 때로는 실수가 아닌 것도 섞여. 그걸 구분하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확인하는 것뿐이야."
김 부장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직접 와서 확인한다는 걸 시공사도 알아야 해. 그래야 다음 청구서부터는 조금 더 정확해져. 감시가 아니라 습관을 만드는 거야."
팀은 자재 반입 사진,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공정률 확인서를 다시 대조했다. 지급 절차도 바꿨다. 앞으로는 청구서만으로는 지급하지 않고, 계약과 기성, 현장 확인, 증빙이 모두 맞아야 다음 돈이 움직이도록 했다. 서준은 그 새로운 절차를 표로 정리하면서, 절차 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을 알았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이제 그 답답함이 투자금을 지키는 대가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김 부장 "오늘 확인한 내용은 시공사에도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죠. 구두로 넘어가면 다음에 또 같은 일이 생겨."
서준 "공문까지 보낼 정도로 큰 문제인가요?"
이 대리 "지금은 작아 보여도,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나중에 누가 뭘 확인했는지도 알 수 없게 돼. 공문은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해."
서준 "서류와 현장 중 어느 쪽을 더 믿어야 합니까?"
김 부장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야. 둘이 맞아야 믿을 수 있는 거지."
서준 "그럼 앞으로는 지급 전에 매번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 겁니까?"
이 대리 "규모가 큰 항목이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은 반드시 그래야 해. 번거로워 보여도, 나중에 문제가 커지는 것보다는 낫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준은 카메라에 찍힌 현장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흐린 하늘 아래 젖은 자재 더미가 화면 속에서도 무겁게 보였다. 창에는 빗방울이 다시 맺히기 시작했고, 와이퍼가 규칙적으로 오가는 소리만 차 안을 채웠다. 투자금은 숫자로 기록되지만, 결국 현장에 무엇으로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서준은 사진 속 젖은 자재 더미를 보며, 자신이 앞으로 얼마나 자주 이 현장을 다시 찾게 될지 짐작해 보았다. 서류만으로는 결코 끝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뒤 그는 오늘 확인한 규격 차이와 반입량 차이를 하나씩 정리해 새로운 점검표를 만들었다. 항목을 정리하는 손끝이 처음보다 훨씬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그는 스스로도 느꼈다. 다음번 현장 방문 때는 무엇을 먼저 세어봐야 하는지 스스로 목록을 세워보는 것도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그는 그 목록의 맨 위에 '눈으로 직접 세어볼 것'이라는 문장을 큼직하게 적어두었다. 사소해 보이는 그 한 줄이, 앞으로 그의 현장 확인 습관을 완전히 바꿔놓게 될 것이었다. 그는 노트북을 덮기 전, 오늘 세었던 자재 개수를 다시 한번 손끝으로 짚어보았다. 서류의 숫자와 눈으로 확인한 숫자가 어긋날 때마다, 진짜 진실은 언제나 후자 쪽에 가까웠다는 것을 그는 이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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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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