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딜의 계절 - EP2. 숫자 뒤의 진실
파
파란나라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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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서에는 화려한 숫자가 가득했다. 임대율 95퍼센트, 공사비 평당 380만 원, 금리 5퍼센트, 예상 수익률 15퍼센트. 숫자들은 표 안에서 서로 잘 맞물려 있었다. 종이에 인쇄된 표는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그림처럼 보였다. 서준은 엑셀 파일을 열고 하나씩 입력했다. 매출,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용, 세금, 예비비. 처음에는 사업계획서의 숫자를 그대로 옮겼다. 셀마다 숫자가 채워질 때마다 그는 왠지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표가 완성되어 갈수록 화면 오른쪽 아래 수익률 셀의 숫자도 선명해졌다. 그는 그 숫자를 보며 며칠 전 전화로 들었던 15퍼센트라는 말이 실제로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에 은근히 뿌듯함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첫 번째 표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저장 버튼을 눌러두었다.
하지만 김 부장은 숫자를 옮기는 서준의 모니터를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서준은 뭔가 잘못 입력했나 싶어 순간 손끝이 굳었다.
김 부장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복사하는 거야. 검토는 가정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
서준 “어떤 가정을 먼저 바꿔 볼까요?”
김 부장 “임대율, 임대료, 공사비, 금리. 그리고 기간. 개발사업은 시간이 돈이니까.”
서준은 그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기간이 왜 돈이 되는지, 그는 노트 한쪽에 물음표를 그려두었다. 이 대리가 그 표정을 눈치채고 짧게 덧붙였다.
이 대리 “공사가 한 달 늘어나면 그 한 달 동안 대출 이자가 계속 쌓이는 거야. 매출은 안 늘어나는데 비용만 늘어나지. 그래서 기간이 곧 비용이야.”
서준 “그럼 인허가가 늦어지는 것도 결국 같은 문제겠네요?”
이 대리 “맞아. 착공이 늦어지든 인허가가 늦어지든, 대출이 실행된 이후의 모든 지연은 전부 이자로 돌아와. 그래서 우리는 기간을 늘 가장 먼저 의심해.”
서준은 그제야 임대율을 95퍼센트에서 80퍼센트로 낮췄다. 이 대리는 최근 인근 현장의 공사비를 확인해 평당 단가를 10퍼센트 올렸다. 금리는 2퍼센트포인트 높이고, 인허가 기간은 여섯 달 늘렸다. 화면 속 수익률은 빠르게 내려갔다.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를 눈으로 좇던 서준은 마우스를 쥔 손에 땀이 배는 것을 느꼈다.
서준 “임대율이 80퍼센트로 떨어지고 공사비가 10퍼센트 오르면 수익률이 4퍼센트까지 낮아집니다.”
회의실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버스 소리만 유리창을 타고 어렴풋이 들려왔다. 박 대표는 난처한 표정으로 사업계획서를 바라봤다. 그의 손끝이 종이 모서리를 몇 번 문질렀다.
박 대표 “그건 최악의 경우 아닙니까? 그런 상황까지 가정하면 투자할 수 있는 사업이 없습니다.”
김 부장 “맞습니다. 그래서 최악을 가정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최악이 왔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자는 겁니다.”
서준은 기본·보수·최악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높은 수익이 나왔지만, 보수 시나리오에서는 수익이 얇아졌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수익률보다 원금 회수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세 개의 열을 나란히 놓고 보니, 같은 사업이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준 “그럼 세 시나리오 중에 어느 것을 기준으로 투자를 판단합니까?”
김 부장 “하나만 고르는 게 아니야. 기본 시나리오로 매력을 보고, 최악의 시나리오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는 거지. 투자검토는 가장 좋은 경우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야. 어떤 조건에서 사업이 흔들리는지 찾는 일이야.”
그날 서준은 수익률을 계산하는 법보다 질문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숫자는 결과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선택한 가정의 묶음이었다. 퇴근길에 그는 낮에 만든 세 개의 표를 다시 열어보았다. 같은 사업계획서에서 나온 숫자인데도, 어떤 가정을 골라 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업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노트북을 닫기 전, 오늘 아침 처음 봤던 사업계획서 표지를 다시 열어보았다. 화려한 그래프와 굵은 글씨로 인쇄된 15퍼센트라는 숫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 그 숫자는 더 이상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수많은 가정 중 가장 낙관적인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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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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