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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딜의 계절 - EP8. 멈춰 선 일정

파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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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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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회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팩스기가 울렸다. 서준은 그 소리를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추가 심의로 인허가가 세 달 늦어질 수 있다는 통보가 왔다. 팩스로 도착한 통보서 한 장이 오전 내내 팀 전체를 무겁게 만들었다. 종이 한 장에 찍힌 작은 관인이 별것 아닌 듯 보였지만, 그 아래 몇 줄의 문장이 사업 전체의 시간표를 흔들고 있었다. 서준은 그 종이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며, 아무렇지 않은 서체로 인쇄된 문장이 이렇게 무거운 소식을 담고 있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팩스기 앞에 몰려선 팀원들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고, 서준은 그 침묵이 아침 회의 때의 어떤 정적보다도 무겁게 느껴졌다. 서준은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단순한 일정 변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대리가 금융비용 계산표를 보여주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 대리 "금융비용이 약 12억 원 늘어납니다. 브리지론 만기와도 겹칠 수 있습니다." 서준은 그 숫자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12억 원이라는 금액이 단순히 종이 위의 숫자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실제로 빠져나가는 돈이라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났다. 그는 며칠 전 자신이 손끝으로 짚어가며 확인했던 첫 집행액을 떠올렸다. 그 조심스러운 절차가 왜 필요했는지, 이제서야 몸으로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전화를 받은 박 대표의 목소리는 여전히 태연했다. 서준은 그 태연함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졌다. 박 대표 "형식적인 절차입니다. 곧 통과될 겁니다." 이 대리 "승인 전까지는 확정된 일정으로 볼 수 없습니다. 낙관적인 설명보다 공식 문서가 기준입니다." 서준은 그 사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 통보서 사본을 다시 읽어보았다. 관공서 특유의 딱딱한 문장 속에서 정작 중요한 정보는 짧은 한 줄에 불과했다. 그는 그 한 줄을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어보며 의미를 곱씹었다. 회의실 안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프린터가 돌아가는 소리만 간간이 정적을 깼다. 김 부장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일정표를 바라봤다. 손가락으로 인허가 예상일과 브리지론 만기일 사이를 몇 번이나 오갔다. 인허가가 늦어지면 공사 시작이 늦어지고, 공사 시작이 늦어지면 임차인과의 계약도 다시 협의해야 했다. 서준은 그 순서를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어보며 종이 위에 화살표를 그렸다. 금융비용은 그 사이 매일 쌓였다. 서준은 그 연쇄가 마치 도미노처럼 이어진다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이 대리는 화면에 인허가 예상일, 브리지론 만기일, 착공 예정일을 나란히 띄웠다. 세 개의 날짜가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돼 있었는데, 지연 통보가 반영되자 그중 두 개가 겹쳐 보일 만큼 가까워졌다. 서준은 그 화면을 보며 숫자보다 색이 먼저 위험을 말해준다는 것을 느꼈다. 서준 "일정이 늦어지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됩니까?" 이 대리 "일정은 돈과 묶여 있어. 대출은 만기가 있고, 이자는 하루 단위로 쌓이고, 임차인도 언제까지 기다릴지 정해져 있어. 어느 하나가 늦어지면 나머지가 다 같이 흔들려." 서준 "그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입니까?" 김 부장 "기다리는 게 아니라 대비하는 거지. 지연됐을 때 얼마나 손실이 커지는지 미리 계산해두고, 다음 집행을 어떻게 할지 정해두는 거야." 서준 "대비한다는 게 구체적으로는 뭘 준비하는 겁니까?" 김 부장 "최악의 지연 기간을 가정해서 자금이 언제 바닥나는지 계산해두는 거야. 그리고 그 전에 우리가 멈출 수 있는 지점을 미리 정해두는 거고." 김 부장 "2차 자금 집행은 보류합니다. 시행사가 인허가를 먼저 마무리하고, 승인 결과에 따라 사업성을 재산정합시다." 박 대표 "그렇게 하면 사업 자체가 멈출 수도 있습니다." 김 부장 "멈출 수 있는 사업을 멈추는 것이, 멈출 수 없는 사업에 돈을 넣는 것보다 낫습니다." 전화가 끊긴 뒤 회의실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서준은 창밖으로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방금 오간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원칙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계와 직결된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김 부장에게 물었다. 서준 "박 대표님도 지금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김 부장 "그럴 거야. 그래도 우리가 흔들리면 양쪽 다 무너져. 원칙을 지키는 게 결국 서로를 지키는 길이야." 서준 "그럼 이제 저희가 할 일은 뭡니까?" 김 부장 "일정표를 다시 짜는 거지. 최악의 지연을 반영해서, 자금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부터 다시 계산해." 회의가 끝난 뒤 서준은 '예상 일정'이라는 표현을 지웠다. 그 자리에 '확정 여부'와 '지연 시 영향'을 적었다. 개발사업에서 일정은 달력에 적힌 날짜가 아니라 현금흐름의 조건이었다. 퇴근길, 그는 회사 앞 버스 정류장에 서서 전광판에 뜬 도착 예정 시간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예정 시간과 실제 도착 시간이 조금씩 다르게 표시되는 것을 보며, 그는 오늘 배운 것이 비단 일정표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그날 이후로 어떤 일정표를 보든, 먼저 그 날짜 옆에 물음표를 그려보는 습관이 생겼다. 확정되지 않은 날짜에는 언제나 숨겨진 비용이 붙어 있다는 것을, 그는 12억 원이라는 숫자를 통해 처음으로 몸으로 배웠다. 그는 수첩을 조용히 덮으며, 앞으로는 어떤 사업계획서를 받아도 일정표부터 먼저 꼼꼼히 의심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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