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딜의 계절 - EP11. 숫자의 불일치
파
파란나라
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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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갱신한 관리표를 서준이 다시 열어보던 아침이었다. 몇 주째 큰 이상 없이 채워지던 표였기에, 그는 별생각 없이 오늘의 숫자를 입력하려던 참이었다. 공사가 시작된 지 두 달째 되던 날, 이 대리가 급히 김 부장을 찾았다. 그의 손에는 방금 출력한 청구서 뭉치가 들려 있었다. 종이 모서리가 구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급하게 뽑아 든 것 같았다. 그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서류부터 김 부장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곧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현장보고서의 공정률은 48퍼센트였지만 시공사 청구액은 60퍼센트에 가까웠다. 서준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두 숫자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며,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이 간격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 대리의 표정은 평소보다 굳어 있었고, 서준은 그 얼굴만 보고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몇 달간 옆에서 지켜본 이 대리가 이렇게 서두르는 모습을 처음 봤다. 평소라면 자리에 앉아 차분히 자료부터 정리했을 사람이었다.
이 대리 "선급금과 자재 선구매 비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증빙이 아직 완전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김 부장은 청구서를 받아 들고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다. 형광펜으로 표시된 숫자들 위로 그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김 부장 "증빙이 확인될 때까지 다음 지급은 보류해."
시행사 박 대표는 곧바로 항의했다. 전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았다. 현장에서는 지급이 늦어지면 공사가 멈춘다는 말이 반복됐다. 김 부장은 수화기를 스피커폰으로 돌려놓고, 서준과 이 대리가 함께 들을 수 있게 했다. 서준은 박 대표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며, 며칠 전까지 현장에서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조급해질 수 있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김 부장은 청구서와 공정률의 차이를 쉽게 넘기지 않았다.
박 대표 "지급이 늦어지면 공사가 멈춥니다. 현장 사정도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김 부장 "공사보다 돈이 먼저 움직이면, 나중에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습니다."
서준은 며칠 전 현장에서 마주쳤던 시공사 담당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때는 자재를 미리 사둔 것이 오히려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하던 얼굴이었다.
서준 "그럼 선급금 자체가 나쁜 겁니까?"
이 대리 "아니야. 선급금은 흔히 쓰는 방식이야. 문제는 그 선급금이 어디에 실제로 쓰였는지 증빙이 안 따라오는 거지. 증빙 없는 선급금은 그냥 빌려주는 돈과 다르지 않아."
서준은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 두 화면을 나란히 띄웠다. 왼쪽에는 계약서 스캔본, 오른쪽에는 청구서 원본이었다. 그는 두 문서를 오가며 마우스 커서로 숫자를 하나씩 짚었다. 같은 자재가 두 문서에서 다른 이름으로 적혀 있었고, 선급금의 사용처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는 형광펜으로 서로 다른 표현을 하나씩 표시해 나갔다. 표시가 늘어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형광펜 냄새가 코끝에 남을 정도로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서준 "이런 표현 차이는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 대리 "실수일 수도 있고,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어느 쪽인지 판단하는 게 아니라, 확인될 때까지는 돈을 움직이지 않는 거야."
서준은 형광펜을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자재 이름을 옮겨 적는 일로 여겼던 작업이, 이제는 사업 전체의 신뢰를 지키는 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서준 "그럼 판단은 아예 안 하는 겁니까?"
이 대리 "판단은 나중에 증빙이 다 모이면 하는 거야. 지금 섣불리 결론을 내리면 오히려 정확한 확인을 방해할 수도 있어."
김 부장은 팀원들을 둘러보며 덧붙였다.
김 부장 "공사가 며칠 늦어지는 건 나중에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어. 하지만 확인 없이 나간 돈은 되돌리기 어려워."
이 대리 "맞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서두르지 않는 게 중요해. 우리가 먼저 흥분하면 오히려 확인해야 할 걸 놓치거든."
서준 "대리님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신가 봅니다."
이 대리 "몇 번 겪었지. 그때마다 배운 게, 화를 내는 것과 확인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거야."
팀은 추가 증빙 목록을 만들고, 현장 확인 일정을 잡았다. 서준은 목록을 정리하며 문득 자료실에서 이 대리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확정된 자료와 주장에 가까운 자료를 나눠야 한다는 그 말이, 몇 달이 지난 지금 청구서 한 장 앞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날 서준은 '지급 요청'이 곧 '지급 승인'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돈이 나가기 전에는 계약, 기성, 현장 진척, 증빙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켜야 했다. 그는 퇴근길에 오늘 표시한 형광펜 자국들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지하철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그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청구서를 그저 지급해야 할 목록으로만 여겼던 스스로를 떠올렸다. 이제는 숫자 하나, 자재 이름 하나에도 먼저 의심을 품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 스스로도 조금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자신이 꽤 달라졌다는 것을 그는 그렇게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으면서도 그는 내일 아침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증빙 목록을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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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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