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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딜의 계절 - EP4. 자료실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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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방문 이후 서준의 업무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 그는 사업계획서만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팀 자료실 한쪽 책상에는 어느새 문서 상자가 세 개나 쌓여 있었다. 그는 토지등기, 감정평가서, 인허가 도면, 공사비 견적, 임대 의향서, 시행사 재무자료를 한 줄씩 서로 대조해야 했다. 형광등 아래에서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오래도록 이어졌다. 상자 하나를 다 비우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고, 서준의 손끝에는 어느새 종이 먼지가 묻어 있었다. 그는 문서를 넘길 때마다 이 많은 종이가 결국 몇 개의 숫자로 요약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아득하게 느껴졌다.
자료를 모아 놓으면 모든 것이 명확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문서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업계획서의 연면적과 인허가 도면의 면적이 달랐고, 공사비 견적서의 기준일은 세 달 전이었다. 임대 의향서에는 임차인의 이름이 있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서준은 같은 사업을 설명하는 문서들이 이렇게까지 서로 다른 숫자를 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했다.
이 대리 “문서마다 면적과 일정이 조금씩 다르네. 기준일을 먼저 통일해야 해.”
서준 “그럼 어느 자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까?”
이 대리 “확정된 자료와 주장에 가까운 자료를 나눠야지. 모르는 걸 아는 것처럼 쓰면 나중에 문제가 돼.”
서준은 그 말을 받아 다시 물었다. 확정된 자료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서준 “확정된 자료라는 게 등기부등본 같은 걸 말하는 겁니까?”
이 대리 “그런 것도 있고, 관공서에서 나온 공문, 계좌로 실제 이체된 내역 같은 것들이야. 반대로 의향서나 예상치는 누군가의 계획일 뿐이지 사실은 아니야.”
서준 “그럼 임대 의향서도 확정된 자료가 아닌 거네요.”
이 대리 “그렇지. 의향서는 관심이 있다는 표시일 뿐이야. 계약금이 오가고 도장이 찍혀야 비로소 확정된 자료가 되는 거야.”
팀은 자료목록을 만들었다. 아직 받지 못한 자료, 받았지만 확인이 필요한 자료, 원문으로 확정된 자료를 구분했다. 각 문서에는 기준일과 작성 주체를 표시했다. 서준은 색깔별로 표를 나누어 빨강, 노랑, 초록으로 상태를 표시했다. 화면을 채운 색들이 어느새 그날 하루의 진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오후 늦게 김 부장이 서준의 표를 살펴봤다. 창밖은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지만 김 부장의 눈빛은 여전히 꼼꼼했다.
김 부장 “좋아. 그런데 이 표에 ‘확인되지 않은 가정’이라는 칸을 하나 더 만들어.”
서준 “확인되지 않은 가정이요?”
김 부장 “임대료, 공사비, 토지 잔금일, 인허가 날짜. 사업계획서에 숫자가 있다고 해서 사실이 되는 건 아니야.”
서준은 표의 마지막 열에 ‘근거와 확인 방법’을 추가했다. 임대료는 인근 계약 사례로 확인하고, 공사비는 최신 견적서와 시공사 면담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토지 잔금은 계약서와 계좌이체 증빙을 대조하기로 했다. 그는 한 줄씩 채워 넣으며, 아직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밤, 서준은 투자검토가 읽기보다 검증에 가깝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낮에 채워 넣은 표의 빈칸들이 유난히 눈에 밟혔다. 확인되기 전까지는 어떤 숫자도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다. 그는 다음 날 아침 다시 자료실 책상 앞에 앉으면, 오늘보다 더 많은 빈칸과 마주하게 될 거라는 것도 이제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급하지는 않았다. 하나씩 채워 나가면 된다는 것을, 그는 그날 처음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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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파
· 6시간 전
첫 딜의 계절 - EP3. 서류 밖의 땅
며칠 뒤 팀은 현장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서준은 사업계획서에 첨부된 지적도를 다시 펼쳐 보았다. 사업부지는 서울 외곽의 산업단지 인근에 있었다. 지도에서 보았을 때는 넓고 반듯했지만, 실제 현장은 달랐다. 차가 진입로에 들어서자 흙먼지가 살짝 일었고, 진입도로 옆에는 오래된 창고가 있었다. 창고 외벽은 페인트가 벗겨진 채 얼룩덜룩했고, 지붕 한쪽은 녹슨 함석이 들려 있었다. 대형 차량이 지나가기에는 도로 폭이 좁아 보였고, 마주 오는 트럭 두 대가 겨우 비켜 지나갈 만한 너비였다. 차에서 내리자 흙과 기름이 뒤섞인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멀리서 화물차 엔진 소리가 낮게 울렸다. 서준은 지도 위 반듯한 사각형과 눈앞의 울퉁불퉁한 경계선이 같은 땅을 가리킨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든 지적도와 눈앞의 풍경을 몇 번이나 천천히 번갈아 보았다.
서준 “사업계획서에는 토지 확보가 완료됐다고 되어 있는데요.”
박 대표 “잔금과 일부 정리만 남았습니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박 대표는 창고를 가리키며 웃었다. 철거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의 손짓은 자신 있어 보였지만, 서준은 그 창고 앞에 쌓인 낡은 파레트와 방치된 컨테이너를 보며 철거가 그렇게 간단할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 동행한 지역 중개인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창고 부지의 소유권 이전이 끝나지 않았고, 도로 확장에도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지역 중개인 “저 창고 쪽은 아직 계약이 완전히 끝난 걸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로를 넓히려면 옆 토지 일부도 협의해야 할 겁니다.”
서준은 박 대표를 바라봤다. 박 대표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대답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준은 그 표정에서 뭔가 서둘러 넘기려는 기색을 읽었다.
박 대표 “최종 정리 중인 사항입니다. 사업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닙니다.”
김 부장은 도로 끝까지 걸어가 주변을 살폈다. 그는 말없이 도로 폭을 눈으로 재보고, 차량이 회전할 수 있는 반경을 가늠했다. 인근 공장의 셔터 앞에 서서 출입 차량의 흐름을 잠시 지켜보기도 했다. 진입로의 높이 차이, 배수로의 방향, 인근 주택가와의 거리까지 차례로 확인했다. 서준은 그 뒤를 따라다니며 김 부장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짐작해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서준 “부장님은 지금 뭘 확인하고 계신 겁니까?”
김 부장 “물류센터는 트럭이 얼마나 편하게 드나드느냐가 사업성의 절반이야. 진입이 불편하면 임차인이 계약을 꺼려. 서류에는 도로가 있다고만 적혀 있지, 그 도로가 쓸모 있는지는 안 적혀 있잖아.”
김 부장 “서류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현장은 빠진 사실을 보여줘.”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 대리는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했다. 창고 외벽, 도로 폭, 배수로, 인근 공장의 표지판까지 하나하나 폴더에 담겼다. 서준은 투자검토 목록에 새 항목을 추가했다. 토지 소유권 이전 완료 여부. 진입도로 확장비. 철거 책임. 주변 민원. 인허가 조건. 목록은 아침보다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서준 “부장님, 사업계획서에 있는 ‘토지 확보 완료’라는 표현과 실제 상황이 꽤 다르네요.”
김 부장 “그래서 표현을 그대로 믿으면 안 돼. 계약서와 등기, 현장 증빙을 같이 봐야 해.”
그날 저녁 서준은 사진 파일의 이름을 바꾸었다. ‘현장사진’이 아니라 ‘사업계획서와 다른 점’이었다. 파일명을 고쳐 적으면서, 그는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이 본 것이 지도 위의 반듯한 사각형이 아니라, 흙과 낡은 함석과 좁은 도로로 이루어진 실제의 땅이었다는 사실을 곱씹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사진을 하나씩 천천히 넘겨보던 그는, 사업계획서의 매끄러운 문장들이 앞으로는 예전처럼 마음 편하게 읽히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서류의 한 줄 뒤에는 언제나 그가 두 눈으로 직접 걸어봐야 할 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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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 하루 전
첫 딜의 계절 - EP2. 숫자 뒤의 진실
사업계획서에는 화려한 숫자가 가득했다. 임대율 95퍼센트, 공사비 평당 380만 원, 금리 5퍼센트, 예상 수익률 15퍼센트. 숫자들은 표 안에서 서로 잘 맞물려 있었다. 종이에 인쇄된 표는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그림처럼 보였다. 서준은 엑셀 파일을 열고 하나씩 입력했다. 매출,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용, 세금, 예비비. 처음에는 사업계획서의 숫자를 그대로 옮겼다. 셀마다 숫자가 채워질 때마다 그는 왠지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표가 완성되어 갈수록 화면 오른쪽 아래 수익률 셀의 숫자도 선명해졌다. 그는 그 숫자를 보며 며칠 전 전화로 들었던 15퍼센트라는 말이 실제로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에 은근히 뿌듯함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첫 번째 표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저장 버튼을 눌러두었다.
하지만 김 부장은 숫자를 옮기는 서준의 모니터를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서준은 뭔가 잘못 입력했나 싶어 순간 손끝이 굳었다.
김 부장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복사하는 거야. 검토는 가정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
서준 “어떤 가정을 먼저 바꿔 볼까요?”
김 부장 “임대율, 임대료, 공사비, 금리. 그리고 기간. 개발사업은 시간이 돈이니까.”
서준은 그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기간이 왜 돈이 되는지, 그는 노트 한쪽에 물음표를 그려두었다. 이 대리가 그 표정을 눈치채고 짧게 덧붙였다.
이 대리 “공사가 한 달 늘어나면 그 한 달 동안 대출 이자가 계속 쌓이는 거야. 매출은 안 늘어나는데 비용만 늘어나지. 그래서 기간이 곧 비용이야.”
서준 “그럼 인허가가 늦어지는 것도 결국 같은 문제겠네요?”
이 대리 “맞아. 착공이 늦어지든 인허가가 늦어지든, 대출이 실행된 이후의 모든 지연은 전부 이자로 돌아와. 그래서 우리는 기간을 늘 가장 먼저 의심해.”
서준은 그제야 임대율을 95퍼센트에서 80퍼센트로 낮췄다. 이 대리는 최근 인근 현장의 공사비를 확인해 평당 단가를 10퍼센트 올렸다. 금리는 2퍼센트포인트 높이고, 인허가 기간은 여섯 달 늘렸다. 화면 속 수익률은 빠르게 내려갔다.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를 눈으로 좇던 서준은 마우스를 쥔 손에 땀이 배는 것을 느꼈다.
서준 “임대율이 80퍼센트로 떨어지고 공사비가 10퍼센트 오르면 수익률이 4퍼센트까지 낮아집니다.”
회의실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버스 소리만 유리창을 타고 어렴풋이 들려왔다. 박 대표는 난처한 표정으로 사업계획서를 바라봤다. 그의 손끝이 종이 모서리를 몇 번 문질렀다.
박 대표 “그건 최악의 경우 아닙니까? 그런 상황까지 가정하면 투자할 수 있는 사업이 없습니다.”
김 부장 “맞습니다. 그래서 최악을 가정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최악이 왔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자는 겁니다.”
서준은 기본·보수·최악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높은 수익이 나왔지만, 보수 시나리오에서는 수익이 얇아졌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수익률보다 원금 회수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세 개의 열을 나란히 놓고 보니, 같은 사업이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준 “그럼 세 시나리오 중에 어느 것을 기준으로 투자를 판단합니까?”
김 부장 “하나만 고르는 게 아니야. 기본 시나리오로 매력을 보고, 최악의 시나리오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는 거지. 투자검토는 가장 좋은 경우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야. 어떤 조건에서 사업이 흔들리는지 찾는 일이야.”
그날 서준은 수익률을 계산하는 법보다 질문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숫자는 결과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선택한 가정의 묶음이었다. 퇴근길에 그는 낮에 만든 세 개의 표를 다시 열어보았다. 같은 사업계획서에서 나온 숫자인데도, 어떤 가정을 골라 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업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노트북을 닫기 전, 오늘 아침 처음 봤던 사업계획서 표지를 다시 열어보았다. 화려한 그래프와 굵은 글씨로 인쇄된 15퍼센트라는 숫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 그 숫자는 더 이상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수많은 가정 중 가장 낙관적인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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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파
· 2일 전
책준 신탁사들 충당금 3조 육박, 이게 대주단한테도 남 일이 아닌게
https://www.etoday.co.kr/news/view/2617070부실 PF 사업장 회복 더뎌…신탁계정대 충당금 3조 육박 - 이투데이신탁사들 신탁계정대 충당금이 상반기만에 3조 육박했다네요, 증가 속도가 계정대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하고요. 2분기엔 아예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요. 결국 책준형 관리형토지신탁이 제일 큰 부담이라는 게 뻔한 얘기긴 한데...책준이라는 게 원래 대주단 리스크 줄이려고 붙이는 안전장치였는데, 이제 그거 대는 쪽이 부실 덩어리가 되니까 오히려 소송으로 리스크가 옮겨가는 그림이잖아요. 다음 딜 짤 때는 책준 붙는 신탁사 신용도 자체를 심사 항목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노
· 2일 전
첫 딜의 계절 - EP1. 한 통의 전화
회사에 신입도 들어오고, 가끔 학교 후배들이 부동산개발 업무가 실제로 어떤 건지 물어보는데, 말로 설명하려니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소설처럼 한번 써봤습니다. 첫 딜을 맡은 신입 서준이 겪는 이야기인데, 매일 한 편씩 올려볼게요. (참고로 이 글은 AI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AI 도움을 받아서 쓰니 내용에 집중할 수 있고 훨씬 수월하네요. 창작이 목적이라면 좀 고민되겠지만, 내부 교육용 정도로 사용할 용도로는 훨씬 편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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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개발은 건물을 짓는 일만이 아니었다. 좋은 땅을 찾고, 사업성을 계산하고, 계약과 자금을 구조화하고, 수많은 변수 속에서 끝내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이었다. 취업준비생 서준은 부동산개발 대체투자팀에 들어간 첫날, 하나의 개발사업이 시작되고 끝나는 긴 시간을 따라가게 됐다.
입사 첫 주, 오전 8시 47분이었다. 사무실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파티션 위에 얇은 그림자를 그리고 있었다. 아직 출근 인원이 다 채워지지 않은 시간이었고, 서준의 책상 위에는 어제 받은 사원증과 아직 뜯지 않은 명함 상자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때 부동산·대체투자팀 김 부장의 전화가 울렸다.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준은 자기 자리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신입답게 그는 전화벨 소리에도 등을 곧게 세우고 주변을 살폈다. 김 부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꽤 다급해 보였다. 수화기를 든 손끝에서 리듬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이 옆자리에서도 느껴졌다.
서준은 사실 부동산개발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다. 대학 시절 전공은 경영학이었고 재무제표를 들여다본 경험은 있었지만, 토지와 인허가와 시공이라는 단어는 책에서 스치듯 본 것이 전부였다. 입사 첫날 팀장에게 인사를 하며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지금 울리는 전화벨 하나에도 사무실 공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보며, 그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생각보다 훨씬 즉각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박 대표 “김 부장님, 오랜만입니다. 이번에 괜찮은 개발사업 하나가 나와서요. 서울 외곽에 임대형 복합물류센터를 개발하는 건데, 토지 확보는 거의 끝났고 예상 수익률은 15퍼센트 이상입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시행사 박 대표였다. 김 부장은 수화기를 살짝 고쳐 잡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맞은편 빌딩 유리창에 아침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수익률 15퍼센트. 숫자만 보면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서준은 그 숫자를 우연히 듣고는 속으로 감탄했다. 15퍼센트라니, 그가 알던 예금 이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였다. 하지만 개발사업에서 높은 수익률은 대개 높은 위험과 함께 나타났다. 수익의 크기는 사업이 얼마나 잘될 때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실제로 지켜질 수 있는 이야기인지 구분해야 했다. 김 부장은 그 구분을 하기 위한 질문들을 이미 머릿속으로 순서대로 늘어놓고 있었다.
김 부장 “토지 계약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습니까?”
박 대표 “계약금은 지급했고요. 잔금 일부만 남았습니다. 인허가는 다음 달이면 나옵니다.”
김 부장은 수첩에 짧게 적었다. 토지 확보. 인허가 진행 중. 수익률 15퍼센트. 글씨는 빠르고 단정했다. 서준은 그 수첩이 낡고 여러 번 접힌 자국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김 부장은 펜을 멈추지 않고 다시 물었다.
김 부장 “임대차계약이나 선임대는요?”
박 대표 “대형 임차인과 협의 중입니다. 거의 확정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 부장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짧은 침묵이 통화 너머로도 전해질 만큼 뚜렷했다. ‘거의 확정’이라는 말은 계약서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는 그 말을 수첩에 적으면서 밑줄을 두 번 그었다. 전화를 끊은 뒤 김 부장은 팀원 이 대리를 불렀다. 목소리에는 서두르는 기색도, 흥분한 기색도 없었다.
김 부장 “이 대리, 신규 딜 하나 들어왔어. 물류센터 개발사업인데, 일단 1차 검토해 보자고.”
이 대리 “수익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김 부장 “시행사 말로는 15퍼센트 이상.”
이 대리가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김 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 표정의 온도차가 서준의 눈에는 낯설게 보였다. 좋은 소식인데 왜 아무도 웃지 않는 걸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김 부장 “시행사 말 말고, 자료를 봐야지. 사업계획서, 토지계약서, 인허가 현황, 공사비 산출내역, 임대 의향서까지 전부 받아.”
서준은 그 다섯 가지 자료의 이름을 받아적으며, 왜 이렇게 많은 서류가 한꺼번에 필요한지 궁금했다. 시행사 말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곧 스스로도 그 생각이 순진했다는 것을 느꼈다.
서준은 슬쩍 다가가 이 대리에게 물었다. 1차 검토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서준 “1차 검토는 어디까지 보는 겁니까?”
이 대리 “투자를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야. 이 딜이 검토할 가치가 있는지, 계속 봐도 되는지를 가르는 단계지. 여기서 걸러지는 딜이 훨씬 많아.”
서준은 그 말을 들으며 첫 번째 업무 목록을 적기 시작했다. 사업계획서, 토지계약서, 인허가 현황, 공사비 산출내역, 임대 의향서. 다섯 개의 이름을 종이에 옮기는 손이 조금 떨렸다. 그날 오후, 그의 책상 위에는 ‘신규 개발사업 1차 검토’라는 파일이 놓였다. 표지는 아직 텅 비어 있었지만, 그 안에 무엇이 채워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높은 수익률로 시작한 첫 딜은 아직 투자도 아니었고, 기회라고 부르기에도 이른 단계였다. 다만 한 통의 전화가 팀 전체의 일상을 바꾸고 있었다. 서준은 그날 저녁 지하철 안에서, 아침에 들었던 15퍼센트라는 숫자가 하루 사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대상이 되었는지를 떠올렸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불빛을 보며 그는 수첩 첫 장에 오늘 들은 말들을 다시 옮겨 적었다. 토지 확보, 인허가 진행 중, 대형 임차인 협의 중, 그리고 그 옆에 작게 적어둔 ‘거의’라는 단어. 그는 그 짧은 단어 하나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확인 작업을 만들어낼지 아직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파
· 3일 전
구리 가격 폭등..
금도 아닌데 무섭게 올라 ‘역대 최고가’ 눈앞…AI시대 꼭 필요하다는 이 광물, 뭐길래이것도 데이터센터발 열풍이네요. 딱히 대체할만한 소재가 없으니
개
· 4일 전
주주환원 150조 ㄷㄷ
삼성전자 150조 주주환원…"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어마어마하군요.. 우리나라 회사에서 저런 규모를 보다니, 오래 살고 볼 일
여
· 8일 전
데이터센터 부지
따로 모아놓은건 없나요? 요즘 매물이 많은데 잘 정리된곳은 잘 없는..
M
· 8일 전
용산공원 주택공급 얘기가
용산공원에 어떤 주택·얼마나 공급하나…개발 판도 격변 예고 | 연합뉴스나오고 있던데,,, 약간 뭐랄까 뉴욕으로 따지면 센트럴파크 밀고 아파트 넣는 느낌이군요 ㅎ
M
· 10일 전
모두의창업
2기 모집한다네요. 1기때 해보신분 있나요? 시장이 갈수록 요상(?)해지니 창업이라도 좀 도전해볼까 싶습니다
B
· 15일 전